'구글·애플 등 ICT기업 겨냥한 조성욱 후보자…"시장구조 혁신개선 유도할 것"(상보)

27일 공정거래조정원서 기자간담회

"혁신 저해 않는 균형점 찾을 것"

"공정경쟁 정책기조 유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향후 정책 주안점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꼽았다. ICT 분야의 시장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현재 조사 중인 구글과 애플, 네이버와 같은 대표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ㆍ제재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27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취임하게 되면 기존의 공정경제 정책기조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시장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검토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공정경제뿐 아니라 혁신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 후보자는 혁신 생태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경쟁 당국이 균형감을 갖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부당한 독과점지위 남용행위는 엄중제재하되 과도한 정부개입으로 시장이 왜곡되거나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조사중인 구글, 애플, 네이버와 같은 ICT 분야 대표적인 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도 정밀한 분석을 통해 시장혁신을 촉진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며 "빅데이터를 이용한 독과점 남용과 알고리즘 담합 등 새롭게 출현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분석 및 법집행을 위해 심사기준 등 경쟁법 집행기준을 섬세하게 다듬는 작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공정위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 이동통신사들에 광고비를 떠넘기기는 '갑질'을 한 혐의로 애플을 심의 중이다. 애플은 시정 방안을 제시하는 자진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또 구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장구조 개선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조 후보자는 "플랫폼 기업이 가지는 정보독점력과 이 독과점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간 추진한 갑질 근절과 재벌개혁 등 공정경제 실현을 위한 정책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기업집단들은 그간 뛰어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실효성 있는 행태 교정에 주력할 생각이며, 이를 위해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자료공유를 통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집단의 관행변화를 촉구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ㆍ중 무역분쟁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국제분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기업은 과거에 생각하지 못한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장기적인 성장파트너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은 효율적인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인해 대기업 자신에게도 결국 손해가 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유기적인 상생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시장생태계가 더욱 진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규제에 대해선 원칙을 강조하며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심판자격인 공정위는 기업규모에 무관하게 법집행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기업과 국회, 언론의 질타와 조언을 열심히 듣겠다"고 말했다. 전임 위원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에는 "오늘 향후 추진할 정책방향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제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는지 보고 여러분이 평가해달라"고 답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