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199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걷던 '강변가요제'는 1995년에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극과 극을 이어붙였다. 판소리와 랩을 결합한 이른바 '판랩'의 탄생,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 때문이었다. 파격적이고 새로운 시도에 대중은 호응했다. '가요톱10'에서 1위 경쟁을 했고, 연말 가요대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 독특한 노래의 가사 중에서도, 다시 독특한 대목이 있다. 쫓아내는 형에게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며 애걸하며 '백이 숙제 주려 죽던 수양산으로 가오리까'라고 한다. 물론 형은 '아따 이 놈아 내가 니 갈 곳까지 일러주랴. 잔소리 말고 썩 꺼져라.'고 일갈한다.

백이와 숙제는 사마천의 위대한 고전 '사기'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고대 중국 고죽국이라는 나라의 왕자들이었다. 왕이 죽은 후에 왕권 경쟁은커녕 서로 왕위에 오르지 않겠다며 사양하다 아예 둘 다 도망가 숨어버렸다. 이 곳 저 곳 떠돌다 노인이 된 그들은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멸하기 위해 출정하는 길 앞을 막아서는 일을 벌였다. "부왕이 돌아가셔서 아직 장례도 끝나기 전에 무기를 손에 잡으니 어찌 효(孝)라 할 것이며,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려 하니 어찌 인(仁)이라 할 수 있겠소."


무왕의 신하들이 그들을 죽이려 했으나 강태공이 막아 겨우 살아남았다. 무왕은 결국 은나라를 멸망시켰고 주나라가 천하를 다스리게 됐다. 하지만 백이와 숙제는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고 산에서 살다 '주려' 죽었던 것이다.

사기는 '하늘의 도'를 묻는다. 사사로움이 없으며 언제나 착한 사람의 편이라고 한다면, 백이와 숙제는 어진 덕을 쌓고 품행을 바르게 했음에도 결국 굶어 죽은 것은 무슨 뜻이냐고 한다. 공자는 제자 중 안회를 두고 학문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는데 끼니도 제대로 못 이어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 반면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으로 회를 쳐서 먹었다는 도적 도척은 아무 벌도 받지 않고 천수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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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고 여겨 왕에게 직언을 한 것 때문에 궁형에 처해진 사마천의 개인적 삶과도 맞닿아있다. 2000여년 전 사마천의 고뇌는 지금에 이르러 얼마나 달라졌을까.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지속되는 화두인 듯 하다. 하늘의 도는 때로 보상을 해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의는 역사적 사명이자 인간의 길이지 않을까.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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