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피아니스트 김두민 "장애 이긴 베토벤, 나와 닮았죠"
태어날 때부터 한눈 시력 상실…피아노 배우며 마음 다스려
파리 에콜 노르말 석사과정…내달 예술의전당서 데뷔 공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피아니스트 김두민(16·사진)은 선천성 백내장으로 태어날 때부터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건반을 치는 양 손을 동시에 보기 힘들다는 약점을 극복하고 녹음한 그의 데뷔 앨범 '멘델스존 피아노 작품집'이 워너클래식을 통해 발매됐다.
김두민은 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데뷔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를 칠 때 왼쪽으로 조금 돌려 앉는 버릇이 있다고 했다. 왼손을 보기 힘든 약점을 극복하려다 생긴 버릇이다. "연주를 할 때 손의 위치를 봐야 하는데 왼손이 시야에 안 들어온다. 양 손을 한 번에 다 볼 수 없다. 주로 왼손을 보면서 치고 오른손은 감각에 의존한다."
연주를 하면서 악보를 보는 일도 남들보다 어렵다. "악보랑 건반을 왔다갔다 하며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악보를 외우는 습관을 들였다. 어떻게 하면 빨리 외울 수 있을지 많이 연구했다. 외우는 속도는 빠른것 같다."
김두민은 청주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처음 피아노를 접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시력 때문에 피아노를 그만두게 하고 싶었다. 아홉 살 때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주회에 김두민을 데려갔다. 피아노를 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김두민은 오히려 더 피아노에 매료됐다. 그는 지금도 백건우를 롤모델로 연주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피아노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치자마자 꼭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피아노가 저를 선택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어렸을 때에는 왜 피아노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눈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그 스트레스를 음악을 하면서 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음악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인데 음악은 늘 정신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악을 듣는데 복잡하고 난해한 음악을 듣는 편이라고 했다. "그런 음악을 들으면 제 고민을 음악이 대신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김두민은 현재 파리 에콜 노르말에서 학사과정을 전체 수석으로 마치고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에콜 노르말은 1919년 프랑스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가 설립한 음악원이다. 김두민은 2016년 18세 이상만 입학할 수 있다는 음악원의 오랜 학칙을 깨고 처음으로 열세살 살의 나이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현재 미카엘 블라드코프스키를 사사하고 있다.
그의 데뷔 앨범은 2017년 10월 파리 근교의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 그는 "10대 때 음반을 내는 일은 드문데 경험을 위해 음반을 냈다"고 했다. "부족한 것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어린 나이의 에너지와 순수함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워너클래식이 한국인 피아니스트의 데뷔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임동혁, 임현정, 지용에 이어 김두민이 네 번째다. 그의 데뷔 앨범은 한국에서만 발매되는 로컬음반이 아니라 워너클래식 본사와 계약해 전세계에 동시 발매되는 인터내셔널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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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0일에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한다. 1부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번과 12번 등 베토벤의 곡을, 2부에서 데뷔 앨범에 담긴 멘델스존의 곡을 연주한다. 그는 "베토벤도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저와 정서가 가장 잘 맞는 작곡가"라고 했다. 내년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김두민은 "당분간 피아노에 매진할 계획이다. 20대가 되면 지휘 공부를 시작해 30~40대가 되면 지휘도 하고 작곡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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