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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취향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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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영일 디지털뉴스부장] 취향의 시대다. 밀레니얼들은 '무엇을 좋아한다'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을 인정해달라 요구하는 것을 넘어 취향을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자신의 삶을 재구성해나가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의 삶이다. '○○이 싫다'라는 비선호 취향까지 존중해달라는 '싫존주의'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취향의 시대' 이면에는 모바일 기술의 발전이 있다. 단언컨대 모바일 기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개별화돼 있고 개인에게 밀착된 기기다. 24시간 365일을 함께 하며 거의 모든 정보를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 얻고 있다. 또 거의 모든 사회관계의 출발점이 된다. 기성세대들이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공중파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얻은 사회적 정체성을 밀레니얼들은 모바일을 통해 지구 저편의 친구들과 소통하며 형성한다.

기술의 발전이 개인의 정체성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낯선 현상이 아니다. 1450년경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인쇄기는 매스 미디어의 발전을 촉발했고 17~18세기 서유럽 근대화와 '개인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모바일은 '취향의 시대'가 만개할 수 있는 날개가 됐다. 모바일 기기를 손에 든 밀레니얼들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취향'에 기반한 글로벌한 온오프라인 사회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SNS가 대표적이다.


콘텐츠도 한몫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어찌 보면 단순할 수 있는 취향을 보다 '쿨' 한 것, 즐길만한 것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콘텐츠다. 댄스 음악에 대한 취향은 스타산업과 만나 아이돌로 구체화되고 음악 뮤직비디오 등을 넘어 아이돌 스타 '직캠'이나 짧은 방송 클립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으로 더욱 개별화됐다. 아이돌 멤버에 대한 선호 취향은 팬덤이라는 사회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결정해주며 그 팬덤은 이미 국경을 넘어 글로벌한 규모로 형성되고 있다.


좀 단순화해 설명하자면, 기성세대가 직면했던 취향의 문제는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수준이었다. 하지만 밀레니얼들에게는 마라탕 먹방을 유튜브로 구독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 음식을 다룬 영화 '음식남녀'를 넷플릭스에서 볼 것이냐는 하는 수준으로 격상된다. 좋아하는 유튜버의 근황이 수다의 소재로 떠오르고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주는 사람은 '인싸'로 떠오른다. 콘텐츠 산업이 취향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것은 이미 오래전 얘기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각각 수억명이 넘는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취향의 시대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플랫폼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모델은 개인화 추천이다. 사용자가 시청한 영화의 장르와 카테고리, 배우, 출시 연도 등 콘텐츠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시청시간대, 사용하는 디바이스, 유사한 활동을 보이는 다른 사용자의 시청기록까지 활용한다.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고 취향에 맞는 개별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넷플릭스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는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논리 자체를 뒤엎었다. 기존에는 많은 사람이 늘상 접하는 짜장면이나 짬뽕을 다루는 것이 살아남는 콘텐츠의 공식이었다. 콘텐츠 생산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다룰 수밖에 없었다. 소수의 열혈팬을 가진 마라탕은 외면받기 일쑤였다. 유튜브는 정반대의 논리가 지배한다. 취향을 강하게 반영한 콘텐츠가 우대를 받는다. 다수의 미지근한 반응보다는 소수라도 강렬한 반응을 얻는 콘텐츠가 추천 목록에 올라가는 것이다. 가장 개별적인 콘텐츠가 가장 글로벌한 성공으로 이어지는 역설이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다.






정영일 기자 baw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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