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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속 포기하고 "방글라데시의 아마존 만들겠다"는 20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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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IT 불모지에서 전자상거래업체 '델리그램' 설립
지역 구멍가게 '무디르 도칸' 통해 온·오프라인 결합한 새로운 유통채널 개척
스마트폰 없이도 주문 가능한 시스템 개발

대기업 상속 포기하고 "방글라데시의 아마존 만들겠다"는 20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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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정보기술(IT) 불모지인 방글라데시에서 제2의 아마존을 꿈꾸는 청년이 있다. 방글라데시에 전자상거래 기업 '델리그램(Deligram)'을 설립한 20대 청년 사업가 와이즈 라힘(Waiz Rahim)의 이야기다.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 두 유통공룡을 벤치마킹한 델리그램은 방글라데시에서 온라인 쇼핑 보편화에 앞서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델리그램은 2017년 방글라데시에 설립된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이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산업시스템공학을 전공한 당시 26세였던 와이즈 라힘이 방글라데시의 디지털화에 앞장서겠다는 일념으로 델리그램을 세웠다.

아마존 입사·대기업 상속도 포기한 와이즈 라힘

라힘은 처음부터 사업가가 될 계획은 아니었다. 대학 마지막 학기에 아마존에서 1년 동안 일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이나 구글 등 IT기업에 취업하거나, 가업을 물려받을 계획이었다. 심지어 그에게 예정된 물려받을 가업은 방글라데시에서 대기업으로 꼽히는 에너지기업 '라히마프루즈(Rahimafrooz)'였다. 1954년 설립돼 9개의 전략사업부와 방글라데시 최초의 유통 소매업 체인인 아고라 등 수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기업이다.

하지만 졸업을 앞두고 조국인 방글라데시에서 농촌 지역을 방문했다가 진로를 변경했다. 라힘은 열악한 환경의 방글라데시를 보고 "조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젊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회사를 세워야겠다"는 결심이 든 것. 라힘은 당시 미국과 너무 다른 방글라데시 풍경이 슬프게 느껴지면서도 잠재력이 많은 나라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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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힘이 본 방글라데시는 발달은 더디지만 잠재력이 큰 나라였다. 실제로 방글라데시는 2010년 이후부터 평균 6%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전 세계 8위의 인구력(약 1억7000만명)을 가진 나라로 30세 미만의 청년 인구만 90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잠재력에 비해 2010년에서야 최초로 온라인 쇼핑몰이 생기는 등 인터넷 관련 기술과 시장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소규모 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전자상거래 업체를 세웠다. 대학교 2학년 당시 동기와 함께 스포츠 의류 원단을 개발했는데, 크라우드 펀딩 '킥스타터'를 이용해 총 150만 달러(약 18억 2000만원)를 모금받았다. 라힘은 "처음으로 전자상거래의 힘을 경험했음과 동기에 좁은 기숙사 방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회상한다. 당시 받았던 펀딩은 델리그램을 세우는데 씨드머니가 됐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하다

라힘의 목표는 방글라데시의 아마존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달랐다. 아마존은 경제대국이자 IT강국 미국에서 설립됐지만, 델리그램은 인터넷 불모지 방글라데시에 설립된 기업이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는 약 7년. 이마저도 방글라데시 전체 인구 중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는 인구는 1%에 불과했다. 때문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라힘이 주목한 건 '무디르 도칸'이었다. 무디르 도칸은 동네 구멍가게를 말하는데, 방글라데시 사람들 대부분은 무디르 도칸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아마존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들을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받을 수 있다면, 델리그램은 집, 사무실 외에도 무디르 도칸으로 배송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에 무지한 사람들도 무디르 도칸에서 직원들의 도움으로 델리그램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없이도 델리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지역 기반의 운영방식은 주소 체계가 복잡한 방글라데시 특성에도 잘 맞았다. 실제로 방글라데시는 택배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택배비도 상당히 비쌌고,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이 거의 불가능했다. 심지어 택배 위치 추적 시스템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지역 곳곳을 잘 알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배송을 맡기고, 무디르 도칸이라는 확실한 주소 덕분에 현재 델리그램의 제품들은 모두 최대 72시간 내에 배송된다. 방글라데시의 저조한 인터넷 사용률과 기술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내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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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델리그램의 운영방식의 성장 가능성은 벤처캐피탈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250만 달러(약 30억3500만원)를 투자 받았다. 최근에는 5000만 달러(약 607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유치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델리그램은 당분간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집중해 현재 다카와 코밀라, 나라얀간지 등 5곳을 거점으로 운영 중인 델리그램의 제휴 오프라인 매장을 15개 도시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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