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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의 대명사 '지포'가 400만명의 열성팬을 보유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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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제2차 세계대전에서 빛난 '지포라이터', '기적'의 상징으로
007·콘스탄틴 등 2000여 편 영화 출연...미국 내 브랜드인지도 98%
평생 무료 수리 서비스로 지포 마니아 확보

라이터의 대명사 '지포'가 400만명의 열성팬을 보유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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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미국에서만 400만 명, 전 세계적으로 11개의 공식 수집 동호회를 가진 라이터의 대명사 '지포(Zippo)'. 지포는 1933년 설립돼 80여년 동안 5억5000만 개 이상을 판매할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브랜드다. 방풍라이터(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의 원조 '임코(IMCO)'를 약 10년 만에 밀어내며 지금까지도 방풍라이터 업계 부동의 1위에 자리하고 있다.


지포는 조지 블레이스델(George Blaisdell)이 미국 펜실베니아 브래드포드에서 창립한 브랜드다. 당시 지인이 사용 중이던 호주제 방풍라이터를 개조한 것이 지포의 시초다. 당시 호주제 라이터는 독특한 화구 모양으로 방풍 기능은 탁월했으나 디자인 자체가 양손으로 사용해야 하는 데다 가벼운 충격에도 외관이 쉽게 찌그러지는 것을 보고 직사각형 외형에 경첩을 사용해 뚜껑을 단 지포 라이터를 개발한 것이다.

지포 라이터는 조지 블레이스델이 1936년 특허로 등록한 디자인을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 중이다. 게다가 180개국에 진출해있는 글로벌 브랜드임에도 여전히 브래드포드 공장 한 곳에서만 생산할 만큼 변화가 없는 지포. 2000년대 전 세계적인 금연 열풍에도 악영향을 받지 않고, 되레 2012년에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지포의 비결이 뭘까.


호치민에서 발견된 실제 월남전에서 미군들이 사용했던 라이터

호치민에서 발견된 실제 월남전에서 미군들이 사용했던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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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빛난 '지포 라이터'의 활약

지포가 처음부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건 아니다. 지포 설립 초기에는 하루 평균 2~3개의 라이터만 판매됐다. 첫 달 매출은 고작 60달러 남짓이었다. 하지만 1939년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 지포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1942년 미군 참전이 결정되면서 지포는 민간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군용 지포 라이터만 제작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생산되고 잇는 '블랙 크랙클(BLACK CRACKLE)'이 그 모델이다.


당시 수백만 명의 미군이 지포 라이터를 손에 쥐고, 호주머니에 넣고 전장을 누볐다. 지포가 '남자의 로망', '남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포는 전쟁터에서 그야말로 빛이 났다. 지포 라이터는 물에 빠지고 난 후에도 불이 붙었고, 비바람이 불어도 지포 라이터에 켜진 불은 꺼지지 않았다.

전장에서 빛난 건 지포라이터의 성능만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지포 라이터 성공의 계기로 꼽히는 사건은 단연 군인의 생명을 구한 일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 육군 소속의 안드레즈 중사를 향해 총알이 날아들었지만 가슴팍에 넣어둔 지포 라이터에 총알이 박혀 안드레즈 중사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미국 시사 잡지 '라이프'지에 실린 실제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라이프지에 실린 실화를 접한 군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지포라이터를 가슴팍에 넣고 다녔다. 지포 라이터는 미군들 사이에서 '부적'처럼 여기며 일률적인 디자인의 지포 라이터에 저마다 모양과 글자를 새기며 '자신만의 라이터'를 만들었다. 지포 라이터는 라이터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영화 '콘스탄틴'을 모티브로 제작한 라이터

영화 '콘스탄틴'을 모티브로 제작한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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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이용한 미디어 마케팅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5년, 지포 라이터는 다시 민간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미 수백만 명의 고객(미군)을 확보하고 있던 데다 지포 관련 전장 에피소드들이 쏟아지며 지포는 단숨에 국민 라이터로 급부상했다.


지포는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남성의 상징'이란 이미지 굳히기에 돌입했다. 수많은 전쟁 드라마와 전쟁 영화는 물론 영화 속 남자 주인공들이 담배에 불을 붙이는 장면마다 지포 라이터가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1961년작 '알프레도 히치콕 프리젠트(Alfred Hitchcock Presents)'를 비롯해 007 시리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최신 작품인 엑스맨, 인디아나 존스, 캡틴 아메리카, 콘스탄틴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지포 라이터가 출연한 작품만 2000편이 넘는다.


1960년대부터는 음악가들의 사랑마저 독차지했다. 지포 라이터 뚜껑을 열 때 나는 '딸깍' 소리가 각종 음악 속 특수효과 소리로 등장했고, 라이터 자체가 앨범의 커버로 사용되기도 했다. 전 세계의 밴드음악 문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지포 앙코르(Zippo Encore)'도 이런 음악가들의 영향으로 만들어졌다. 이 영향으로 1969년 지포 라이터는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지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100명 중 98명이 '지포'라는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외신들은 '경이로운 기록'이라고 극찬했다.


그 이후로도 지포 라이터의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났다. 1988년 2억 개, 1996년 3억개를 돌파했고, 전 세계적으로 금연 열풍이 시작된 2000년대에도 판매량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심지어 지포 라이터 탄생 80주년이었던 2012년에는 누적 5억 개 판매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참고로 2012년은 방풍라이터의 원조 '임코'가 단종한 해이기도 하다. 반면 지포는 기능보다는 지포 라이터 그 자체의 의미를 강조한 마케팅으로 '담배와 라이터'라는 인식을 깬 것이다. 실제로 지포라이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담배는 끊어도 지포라이터는 못 끊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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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고객을 만든 평생 무료 수리 서비스

지포는 설립될 당시부터 지금까지 평생 무료 수리 서비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도금이나 소모품 등을 제외한 기능적인 이상은 100% 무상으로 수리한다. 또 점화가 되지 않는 라이터는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 지포 공식 웹사이트에는 "수명과 상태에 상관없이 지포 라이터 수리에 단돈 1센트도 쓴 사람이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 평생 무료 수리 서비스는 지포 라이터 내구성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지포 마니아들이나 전문가들은 '소모품 교체주기만 잘 맞추면 평생 쓸 수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판매된 5억 개의 라이터 중 수리를 거친 제품은 800만 개뿐이다. 수리받을 확률이 1.6%에 불과한 셈이다.


이런 지포의 똑똑한 마케팅 전략과 뛰어난 제품 내구성은 미국의 모터사이클 제조사 '할리 데이비슨'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지지층이 확고한 브랜드로 꼽힌다. 지포는 미국 내에서만 400만 명, 전 세계로 따지면 추산이 불가능할 만큼의 팬을 보유 중이다. 국내에서도 지포 수집가 커뮤니티 회원만 수천 명에 달한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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