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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이민화의 벤처정신 '갈등 속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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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벤처의 시조, 이민화 메디슨 창업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갑자기 신과 함께 세상 삶을 마치고 한국과 이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는 우리 언론들 대부분은 연합뉴스 부음 기사를 받아 올려 면피하는 데 급급할 뿐이다. 요즘 매체들이 글자 한 줄 경비 줄이느라 그런가, 한국형 벤처 탄생과 같은 역사를 굵게 써내려가지 않으니 먹먹하고 안타까울 지경이다.


독자들이 신문 부음 기사를 시그너처 콘텐츠로 알아주고 또 그만큼 편집자도 전폭 지원하는 뉴욕타임스 'Obituary' 위상이 부러울 따름이다. 뉴욕타임스가 2018년 3월28일자 인터넷판에서 '더는 간과되어서는 안 될 인물, 일제에 저항한 한국의 독립운동가, 유관순 (Overlooked No More, Yu Gwan-sun, a Korean Independence Activist Who Defied Japanese Rule) 기사를 내보낸 철학과도 좋은 대비가 된다. 뉴욕타임스 부음기사를 무겁게 의식하며 우리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이민화 벤처정신을 곱씹어 본다.

고 이민화 회장이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공들였던 주제는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였다. 2016년 KBS 명견만리 프로그램에서 세계경제포럼 WEF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과 함께 무대에 올라 대담과 강연을 진행했던 장면이 압권이었다. 마침 그해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화두를 던진 슈밥 회장과 더불어 '다보스의 선택, 4차 산업혁명이 미래다'를 주제로 열띤 토의가 이어졌다. 이민화 당시 카이스트(KAIST) 교수가 말한 주제는 '한국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고 있나?'였다. 이민화와 슈밥 회장의 토크에서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융합, 디지털, 자율주행자동차, 로봇공학, 공유경제, 3D프린팅 등등 4차 산업혁명 키워드는 비슷하지만 그 해석 방법이 나라마다, 국가 정책마다, 기업마다 다르다'는 진단도 오고 갔다. 당시 결론은 4차 산업혁명은 필연적이며 이미 시작되었다는 메시지였다고 기억한다.


2016년 11월 KBS가 방송한 이 광경이 바로 비전 제시자(vision provider)로서 이민화 회장의 참 모습이었다. 벤처 클러스터는 물론 경제 개발과 같은 국가 대계에서 꼭 등장하는 비전 제시자는 누가 되느냐 하면 바로 이런 불멸의 캐릭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가 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선구자이기 때문인 것은 당연하고 더욱 크게 울려 퍼지는 한 가지가 있다. 한국 벤처의 정신과 사상을 우리들 손에 쥐어주려 끊임없이 헌신했다는 사실이다.


이민화 벤처 정신은 한국 풍토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경영 주제 가운데 하나인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도 상통한다. 때로는 창업가정신과 구분해 전문 경영인이나 2세, 3세 후손 경영인들에게 맞춘 기업가정신을 다루기도 하지만 이민화는 스스로 창업과 전문 경영을 겸비한 주인공이었기에 결연한 자세로 벤처 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설파했다.

그가 터득한 핵심은 '혁신은 갈등 속 발전을 감행한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난 6월16일 오후 5시54분 이민화 페이스북에 남은 글을 반추해보자. 제목을 '혁신의 3대 갈등'이라 표현한 칼럼 형식의 이 글 속에는 그즈음에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스마트 모빌리티 같은 공유 경제에 관한 소회가 들어 있다. 그는 '이제 공유경제를 둘러싼 갈등이 사회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아마도 카카오 택시, 타다 등 모빌리티 플랫폼 같은 혁신 노력이 과열 극한 갈등의 냉수 아이스버킷을 끼얹게 된 현실을 읽어내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온 이민화 회장의 '혁신의 3대 갈등'은 실패와 갈등, 기존 산업과 갈등, 지속성의 갈등으로 요약된다. 첫째, 실패와 갈등 문제는 개별 벤처가 아닌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묘법을 찾은 실리콘 밸리를 언급했다. 개별은 위험하나 다수는 안전하다는 벤처 백전노장의 코치였다. 둘째, 산업과 갈등은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로 가는 필연적 과정으로 정리했다. 셋째, 갈등은 우리 한국인에게는 늘 아픈 손가락이다. 혁신에 성공한 자와 대중 사이 갈등을 '질시'라는 단어로 풀이했다. 혁신가들이 포용성을 가지고 축적한 부를 베풀지 않으면 사회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내 것을 지키려면 먼저 베풀어야 한다'고 이민화는 강조했다.


이민화 칼럼은 이렇게 끝맺는다. "모든 혁신은 이러한 3개 갈등 속에서 피는 꽃이다. 혁신이 없는 사회는 갈등도 없으나 발전도 없다. 혁신은 기업가적 도전이 시장 경쟁으로 발현된다. 경쟁이 없으면 혁신도 없다. 경쟁하는 혁신 사회는 절대 빈곤층이 거의 없으나 경쟁 없는 정체 사회는 절대 빈곤을 피하기 어렵다. 시장 경제는 갈등으로 점철된 혁신으로 발전해왔다. 갈등 없는 정체를 선택할 것인가, 갈등 속의 발전을 선택할 것인가?"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ㆍ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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