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임 국방장관 "러시아는 '한국' 영공 침범"…日 머쓱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 논란 속 '한국 영공' 확인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으로 넘어갔다" 밝혀
중·러 군사협력 고도화…주기적 침범 우려 목소리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사진=로이터연합>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마크 에스퍼 신임 미국 국방부 장관이 24일 러시아의 독도 인근 한국 영공 침범과 관련해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번 사태를 '러시아의 한국 영공 침범'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독도 인근 상공이 '한국의 영공'임을 적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발언으로 해석된다.

24일(현지시간) 에스퍼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기억하는 한 러시아 군용기가 남쪽으로 비행한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그들이 한국 영공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이 새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한국 영공 침범이) 아마 처음이 아니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 자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그것이 내가 이해하는 바"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일종의 억지를 위해 분명히 대응했다"며 한국의 행동을 지지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미 국방부가 러시아가 침범한 영공이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의 영공인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던 것과 대비된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중ㆍ러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의 대응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도 단지 '영공 침범'이라고만 했을 뿐 한국의 영공이라고는 표현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대응'이라는 표현을 놓고 미국이 한국의 경고 사격은 물론 일본의 자위대 군용기 긴급 발진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으로 불필요한 해석과 논란은 조기에 불식되는 셈이다. 특히 독도가 고유의 영토라고 억지를 부리는 일본도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한일 간에 있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며 곧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가 23일 독도 인근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이 사진은 일본 항공자위대가 촬영한 것으로 일 방위성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참에 해당)가 제공했다. <사진=로이터연합>

한편 24일 발생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와 우리 영공에 진입하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러가 군사협정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이달 말 또 다른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할 예정인 만큼 추가 도발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25일 러시아 타스통신·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최근 중국과 군사협력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의 추진을 승인했다. 최종 협정 체결은 오는 9월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졌다.

양국은 방공미사일 레이더 기록도 공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러시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중·러가 공동으로 KADIZ 정찰을 주기적으로 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드미트리 트레닌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장 겸 전 육군 대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새 군사협정을 맺으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3일 한국 영공 침범과 같은) 공동 정찰이 주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