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젠트리피케이션/서안나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블록이 □□ 몇 장 깨져 있다 점포 유리창에 임대라고 적혀 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 목걸이를 깎아 팔던 사람 □ 천연 염색을 하던 사람 □ 초상화를 그리던 사람 □ 가죽 손지갑과 가방을 만들던 사람 □ 큐빅 핀과 반지를 팔던 사람 □이 몸싸움이 있었던 자리다


피가 도는 사람이 밥을 먹고 아이를 키우고 사람 □과 만나던 자리다 사람 □이 살던 자리다

깨진 블록 틈으로 벼락이 쳤다 반지와 풀과 나무와 지렁이와 큐빅과 연필과 개미와 벼락 맞은 사람이 있었다 □ 뒤돌아보는 □ 사람이 있다


나는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2층 카페에서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수입 맥주를 마시며 다리가 □ 듬성 □ 듬성한 오징어를 씹었다 나는 무언가 잘못한 것 같다


공공근로자들이 서둘러 도시의 □ 틈을 교체하고 있다 누군가 내 얼굴 □에 손을 집어넣어 □ 서둘러 빈칸을 채우고 있다

[오후 한 詩]젠트리피케이션/서안나
AD
원본보기 아이콘

■당신이 지금 흑당 버블티를 마시고 있는 그 카페테라스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 목걸이를 깎아 팔던" 가장이 미처 돌아가지 못한 월세방이다. 당신이 지금 셀카를 찍고 있는 천사의 날개가 그려진 그 벽돌담 앞은 "천연 염색을 하던" 여인이 차곡차곡 햇살을 모으던 곳이다. 당신이 거닐고 있는 그 거리가 아름다운 까닭은 어느 무명 화가와 먼 이국에서 온 난민과 복학하지 못한 대학생의 간절함이 아직 배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일군 꿈과 미래를 무단 점유 중이다.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