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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에 가면 바닥만 본다" 펜스룰 논란…여성들 "또 다른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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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여대 강사, 펜스룰 발언 논란…강의배제
펜스룰 발언에 남녀 갈등 격화
결국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성폭력 해결 집중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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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서울의 한 여대 강사가 자신의 SNS에 여성을 배제하는 주장이 담긴 '펜스 룰'로 연상되는 글을 올렸다가 여성을 무시하고 차별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다음 학기 강의에서 배제됐다.


펜스룰은 여성을 만날 때 혹시 모를 성폭력 문제에 휩싸이지 않게 아예 여성을 만나지 말자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들은 또 하나의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부 남성들은 "남성들도 괴롭다"는 주장으로 반박하고 있다.

최근 한 여대 모 학부에 출강했던 이모씨는 지난달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사진과 함께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본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이라며 "죄를 지은 건 아니지만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내가 인사 못 하면 바닥 보느라 그런 거야. 오해하지 마. 얘들아"라는 글을 남겼다.


해당 학부 학생회는 이씨의 글이 '펜스룰'에 해당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씨에게 입장문을 요구했다. 또한 학부장 등 교수들에게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이 씨는 입장문을 통해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무조건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또한 "불필요한 오해를 안 사게 주의하는 행동으로 바닥을 보고 다닌다는 내용인데 오해를 사서 안타깝다"며 "(여대생을) 예민한 여성 집단으로 생각한 적도 없으며 그러한 의도도 없다. 바닥만 보다가 학생 인사를 못 받아준 적이 있어서 글을 올린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학부는 최근 교수회의를 열어 2학기부터 이씨에게 강의를 맡기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 펜스룰…도대체 뭐길래

'펜스 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이던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했다.


당초 이 발언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1948년 캘리포니아 중부 머데스토 집회에서 사역할 때 지켜야 할 4가지 규칙을 천명한 것으로, '머데스토 선언(Modesto Manifesto)'이라 불리는 선언에서 비롯했다.


이 선언에는 재물, 섹스, 권력, 거짓의 유혹을 떨치고 신실과 정직을 추구하자는 결단이 담겨있다. 이후 이 선언은 국 복음주의 기독교인 사이에 공유돼 지켜져 왔다. 해석하면 각종 유혹에 끌려다니지 않고 올바른 종교 활동을 하자는 취지다.


'펜스룰'과 '머데스토 선언'을 비교하면 머데스토의 경우 여성의 성적유혹, 돈, 권력 등 속세에 대한 모든 유혹을 금하는 종교적 의미가 담겨있다.


반면 펜스룰은 직장 내 여성과의 악수나 대화, 스킨쉽 등 접촉을 아예 금하여 문제가 될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가 강하다.


종합하면 각종 유혹에서 자신을 보호해 반듯한 종교 생활을 하자는 취지의 머데스토 선언이, 특정 성별을 기준으로 아예 말도 하지 말자는 운동으로 왜곡, 주장되고 있는 셈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부통령.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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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펜스룰 필요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될 것"…여성 '유리천장' 문제도

여성들이 펜스룰에 분노하는 지점은 분명하다. 여성들은 미투 등 성폭력 등 문제가 발생되지 않기 위해 여성을 아예 만나지도 않는 펜스룰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문제가 될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면 펜스룰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대학생 A(23·여)씨는 "미투 폭로를 들여다 보면 상하 관계가 분명한 직장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이 많다. 이 때문에 남성들이 '아예 여성들과 말도 하지 않거나 자리도 함께하지 않겠다'고 행동하기보다 '여성을 같은 인간으로 존중해야겠다'는 식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펜스룰로 불거지는 다른 부작용은 직장내 여성 차별이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성희롱을 한 몇몇 권력층 남성들이 직장을 잃었고 일부 남성들은 '펜스 룰'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고 지적했다.


샌드버그는 펜스룰 운동이 결국 여성 차별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남성이 여성 동료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피하는 것이 직장 성희롱을 해결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여성들이 (업무에서)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본다" 펜스룰 논란…여성들 "또 다른 폭력" 원본보기 아이콘


결국 또 다른 여성 차별화…성폭력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펜스룰이 여성들을 결국 고립화하고 이는 유리천장의 공고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만약 남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하는 방법이 여성들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여성들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샌드버그는 이어 "미투 운동이 옳은 방향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남성들은 여성들을 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18년도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 338곳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평균 17.3%에 불과했다.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는 전체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 300인 이상 지방공사·공단을 대상으로 여성 근로자와 관리자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해 고용 성차별을 해소하는 제도로, 2006년부터 시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지표화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지난 6년 연속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펜스 룰이 또 다른 성차별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펜스 룰은 남성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미투 운동을 시작한 여성들을 따돌리고 조롱하는 운동"이라면서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상호 소통적으로 만들려는 미투 운동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펜스 룰을 적용은 잘못된 방법"이며 "여성을 아예 배제함으로 만연했던 성폭력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오히려 펜스룰이 시작된 미국의 경우 남녀를 구분 짓기보다는 서로 동등한 지위로 인정한다"면서 "한국 사회의 경우 남녀 성차별이 많아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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