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서울 57%' 진보정당 최고 득표율 노회찬, 그가 떠나다
19대 총선 서울 노원병 출마, 득표율 기록 세워…지난해 7월 세상 떠나자 수많은 시민 추모의 행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새누리당 승리로 끝을 맺었던 2012년 제19대 총선. 서울에서는 진보정당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기록이 수립됐다. 진보정당 간판을 달고 57.21% 득표율로 당선된 인물이 탄생한 것이다. 진보정당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결과물 중 역대 최고 득표율이다.
주인공은 서울 노원병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던 정치인 노회찬이다. 노회찬 후보는 5만2270표를 얻어 3만6201표(39.62%)를 얻은 허준영 후보를 여유 있게 누르고 당선됐다.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달성이라는 성적표를 남기고 마무리된 19대 총선의 이변 중 하나는 정치인 노회찬의 서울 성적표다.
정치인 노회찬은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간판을 달고 국회의원에 3번 당선된 인물이다. 서울 경기고와 고려대 정외과를 나온 그는 엘리트 코스를 밟는 대신에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운동에 힘을 쏟았다.
정치인 노회찬이 1990년대 초반 ‘진보정당추진위원회’를 결성할 무렵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팽배했다. 선거를 통해 진보정치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한국의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시도라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정치인 노회찬은 우직하게 그 길을 걸었다. 민주노동당 창당부터 현재의 정의당에 이르기까지 진보정당의 지나온 길을 설명하려면 그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추모문화제가 지난해 7월2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밖에서 영상을 통해 추도식을 함께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원본보기 아이콘정치인 노회찬은 특유의 촌철살인 언어를 토대로 TV토론에 단골손님으로 초대됐던 인물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알기 쉬운 언어 구사를 토대로 진보정당 특유의 경직된 이미지 개선에 앞장섰다.
정치인 노회찬의 ‘실력’은 오래전부터 검증됐다.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던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병 지역구에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던 그는 40.05%의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했다. 18대 총선에서 노원구병 지역은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진보신당 후보가 각각 출마해서 실력 대 실력으로 맞붙었던 선거다.
당시 승자는 43.10%를 얻은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였다. 통합민주당 김성환 후보는 16.26%를 득표했다. 김성환 후보는 19대 총선 이후 노원구청장을 두 번이나 지냈고 지난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56.4%로 당선된 현역 의원이다.
정치인 김성환 역시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런 인물들과 경쟁해서 진보신당 간판을 달고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정치인 노회찬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인 노회찬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정의당 간판을 달고 경남 창원 성산구에 출마해 51.5% 득표율로 당선되면서 새로운 정치 인생을 펼칠 것처럼 보였다. 진보정당 내에서는 심상정 의원과 더불어 대통령 후보로 손꼽히는 인물이 바로 정치인 노회찬이다.
2018년 7월23일 충격적인 소식이 언론의 뉴스 속보로 전해졌다.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정치인 노회찬이 투신해 숨을 거뒀다는 내용이었다.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특검의 드루킹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됐다.
지난해 7월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 일반 조문객들이 줄을지어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원본보기 아이콘“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의 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가 안타까워했다. 진보의 엄격한 도덕주의 때문에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는 반응이었다.
그의 장례가 다른 이와 달랐던 것은 평범한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는 점이다. 정치인 노회찬과 친분도 없고 한 번 만나본 경험도 없는 이들이 안타까움을 전하고자 그의 빈소를 찾았다.
7월27일 정치인 노회찬의 영결식이 국회에서 열렸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진보정치의 상징이었다”면서 “당신은 여기서 멈추었지만 추구하던 가치와 정신은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노회찬은 남양주 모란공원에 잠들어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그의 1주기를 맞아 오는 15일 온라인 추모관 개관을 시작으로 2주 간 추모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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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수많은 시민이 추모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민들이 그의 떠남을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인들이 곱씹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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