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군축협정…트럼프 회담 앞둔 푸틴, 으름장(종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전 세계에 군비경쟁을 축소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매우 나쁜 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핵 군비경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으름장'부터 놨다.
미국이 파기를 선언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이어 핵탄두 보유량을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이 2021년 2월 만료되지만, 전 세계 핵탄두의 92%를 보유한 양대 핵 강국의 연장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각자의 셈법에 빠진 두 스트롱맨의 '오사카 담판'이 세계를 볼모로 한 위험한 힘겨루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 미국이 뉴스타트를 연장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암시했으나, 아직 어떤 이니셔티브(계획 및 착수)도 없다"며 군축협정의 중단 가능성을 밝혔다. 그는 "이 조약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전 세계에서 군비경쟁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이건 매우 나쁜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개막 첫날인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 만남에 앞선 일종의 압박 발언인 셈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 군축협정인 뉴스타트는 냉전 종식 직후인 1991년 체결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을 대체하기 위해 2011년 2월 발효됐다. 양국이 핵탄두를 최대 1550개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제3자에 의해 열 차례의 사찰을 허용하는 등 광범위한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뉴스타트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미ㆍ러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도 군비경쟁 축소였다. 하지만 취임부터 줄곧 뉴스타트를 "러시아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나쁜 거래"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연장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푸틴 대통령은 이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해왔다.
2020년 미 대선 이전에 연장 논의를 끝마치고 싶어하는 러시아와 달리 미국의 속내는 더 복잡하고 노골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을 마치고 양자협상 대신 중국을 포함한 3자 간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존 협약으로 러시아의 핵무기 개발을 규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트럼프 행정부는 핵무기 감시 등을 포함한 새 협정을 원한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여기에 중국까지 참여시켜 중국의 핵 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감시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주요 외신들은 신무기, 사이버전쟁 등을 포함한 새 군축협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은 미ㆍ러 군축협정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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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미국과 러시아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러시아 제재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몇 시간 만에 미ㆍ러 정상회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날 예정된 정상회담에서 두 스트롱맨이 대치 국면을 봉합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FT는 "INF가 파기되고 대러 제재로 양국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문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약 만료 후 후속 조처마저 취해지지 않을 경우 이는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발 대러 제재와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그간 서로를 경계해왔던 중국과 러시아 간 관계는 오히려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취임 이후 총 28차례 만남을 가졌다. 그는 중국에 대해 "파트너와 반대자 모두에게 충성과 유연성을 보여준다"며 미국보다 후한 평가를 내놨다고 FT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는 "직업 정치인은 아니지만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바를 안다"며 "재능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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