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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비상! 긴급 잠항"…잠수함 25도 기우니 공포 급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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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잠수함 조종훈련장…실전과 유사한 환경
잠항 실전은 목숨과 직결…물 속에서 연습 못해
軍 지난해 3000t급 잠수함 진수 '기술력' 상승
다만 주변국에 비해선 부족…'핵잠' 도입 목소리

장보고-Ⅰ급 잠수함 '나대용함' (사진=방위사업청)

장보고-Ⅰ급 잠수함 '나대용함' (사진=방위사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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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비상! 비상! 잠항 준비 끝."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 잠수함사령부 내에 있는 잠수함 조종 시뮬레이터에서 잠항(물 속에서 항행) 훈련이 실시됐다. 실제 장보고급 잠수함을 본따 만든 이곳 조종훈련장에선 긴급 잠항부터 조종 숙달, 어뢰 회피, 긴급상황 대처 등 대부분의 잠수함 훈련이 가능하다.

작은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긴 훈련장에 들어서자 조종석과 통신시설, 엔진 등 각종 잠수항 장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문이 닫히고 해군 부사관이 조종석에 앉자 "함수 전방 적함 발견"이라는 외침과 함께 본격적인 잠항 훈련이 시작됐다.


훈련장에 날카로운 경고음 소리가 울리더니 승조원 전원은 "비상! 비상!"을 외쳤다. 이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전투지휘실 잠항 준비 끝", "함내 잠항 준비 끝"을 복명복창했다. 이날 훈련은 적 함정이 발견된 상황을 가정해 잠수함이 수심 100m까지 긴급 출동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인도네시아 잠수함 1차사업 3번함의 진수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인도네시아 잠수함 1차사업 3번함의 진수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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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시작과 동시에 시뮬레이터 25도 기울어…실전과 '비슷'

지휘관의 명령과 함께 시뮬레이터가 육중한 소리를 내더니 앞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군 관계자는 "보통 잠항을 할 때 22도 정도로 들어가지만 이날 훈련은 긴급 상황을 가정한 만큼 25도로 세팅했다"고 설명했다. 훈련이었지만 안전바를 잡지 않으면 앞구르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기울자 공포가 급습했다.


훈련장은 종경사 45도, 횡경사 30도까지 구현 가능하다. 파고는 12m로 가정하며, 디젤엔진·해수펌프·공기압축기 등에서 나오는 내부 소음도 실제와 동일하다. 훈련에 참가한 부사관은 훈련장 실내 분위기와 실제 잠수함 내부는 거의 유사하다고 전했다.


한 승조원이 "15m, 20m, 30m 통과"를 외치더니 이내 "70m, 80m, 90m, 100m 잡기 끝"이라고 소리쳤다. 잠수함은 잠항할 때 높은 수압을 받기 때문에 창문을 설치하지 않는다. 훈련장 역시 잠수함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창문을 만들지 않고, 온도와 습도 등 답답한 분위기도 그대로 재연했다.


이날 훈련은 긴급 잠항에서 종료됐지만 이곳에선 매년 40회 정도의 잠수함 조종훈련이 실시된다. 추진계통 고장, 선체 침수, 적 어뢰 탐지 등 위험한 상황을 대비한 훈련도 가능하다. 훈련 시뮬레이터는 1994년 전력화돼 올해로 25년 째 잠수함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해군은 총 두 대의 이 같은 훈련 시설을 보유 중이다.


잠수함 승조원은 밀폐된 공간에서 장기간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하고, 실전 투입 전 지상 교육도 1년 정도 받는다. 군 관계자는 "잠수함은 모든 실전이 승조원의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물 속에서 장난으로 연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14일 오후 경남 거제시 두모동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도산 안창호 함 진수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14일 오후 경남 거제시 두모동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도산 안창호 함 진수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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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강국 韓…최초 3000t급 '도산안창호함' 진수


한국 해군은 현재 1200t 장보고함급(209급) 9척과 1800t 손원일함급(214급) 7척 등 모두 16척의 잠수함을 운용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해군 최초의 3000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도 진수했다. 한국은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잠수함 강국이다.


도산안창호함의 특징은 주요 장비와 무기체계 등이 대부분 국산화됐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세계 13번째로 잠수함 독자 설계와 건조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209급과 214급은 국산화율이 30%대에 머물렀지만 도산안창호함은 국산화율 76%에 달한다.


잠수함의 크기는 수중 작전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크기가 클수록 많은 무장과 장비를 탑재할 수 있으며 더 장기간 수중 작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 83.3m, 폭 9.6m, 수중배수량 3700t이 넘는 도산안창호함은 20일 이상 은밀하게 작전을 할 수 있어 기존 214급(약 10일)보다 잠항 시간이 크게 늘었다.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6개의 수직발사관(VLS)을 장착해 사거리 500㎞ 이상의 현무2-B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14급에서 운용 중인 잠대지 미사일인 국산 '해성-3'와 미국제 대함미사일인 '하푼 미사일' 등도 탑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산안창호함은 앞으로 2년 정도 해상 시험평가 및 전력화 과정을 거친다.


우리 해군의 잠수함 전력은 앞으로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를 열어 3000t급보다 잠항 능력이 두 배 가량 향상된 3450t급 잠수함 건조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신형 잠수함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리튬전지를 장착하고 전투체계와 소나(음파탐지기) 성능도 개선해 작전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산화율도 80%로 높아진다. 군 관계자는 "해외 기술로 만든 잠수함은 고장 날 경우 수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전력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높은 국산화율이 실제 작전에서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23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의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해상 열병식)에서 중국 해군의 신형 핵잠수함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23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의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 관함식(해상 열병식)에서 중국 해군의 신형 핵잠수함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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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등 주변국에 비하면 갈 길 멀어…'핵잠수함' 도입 목소리


하지만 북한,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우리 해군의 잠수함 전력은 부족한 실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초 공개된 미 국방부의 중국 군사 활동과 관련된 내용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잠수함 현대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전력 증강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중국은 현재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4척과 핵추진 공격잠수함 6척을 보유하고 있다"며 "2020년에는 65~70척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4월 자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해상 열병식에서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핵잠수함을 선보인 바 있다.


북한 역시 70여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의 성능은 우리 군에 비해 떨어지지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2000t급(신포급) 디젤 잠수함을 보유 중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최근 상업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을 계속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우리 군 역시 핵추진(원자력) 잠수함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핵잠수함 도입을 내걸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현재 전세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정도만 핵잠수함을 보유 중이다.


핵잠수함은 무제한의 잠항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디젤 잠수함의 두 배에 가까운 45~66㎞ 정도로 속도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함 자체를 크게 만들 수 있어 디젤 잠수함보다 훨씬 많은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기존 잠수함은 사실상 3000t급 정도가 최대 크기지만 핵잠수함은 그런 제한이 없다"며 "전력 면에서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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