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백성이 있어야 임금도 있다"…끝까지 '원팀' 내세운 태극전사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정정용 U-20 청소년대표팀 감독이 1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대표팀 환영행사'에 참석해 이강인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있는 게 아니라 백성이 있기 때문에 임금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정정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1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우리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정 감독은 또 "이 자리에 와보니 우리 국민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인사도 곁들였다.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대회 결승진출과 준우승을 달성한 U-20 대표팀은 이날 오전 귀국해 환영행사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환영행사에는 축구팬 1000여명이 몰려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축하했다. 대표팀은 헤어지는 순간까지 '원팀'을 강조했다. 새 역사를 쓴 이들은 이번 성과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장 황태현(안산)은 "선수들이 정말 간절하게 대회에 임했고, 모두 최선을 다해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특히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선수들을 위해 마사지도 해주고 전술 분석을 해준 지원스태프의 도움이 준우승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준 국민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위기를 이겨냈다"며 "이번 대회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17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대표팀 환영행사'에 참석한 선수들이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7경기에서 2골 4도움을 올리고 우리 남자선수로는 최초로 FIFA대회 최우수선수(MVP)격인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발렌시아)은 "옆에서 열심히 뛰어주고 그라운드 밖에서 응원해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덕분에 좋은 상을 받았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최종전과 16강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각각 1골씩 넣은 공격수 오세훈(아산)은 "개인적으로도 영광이지만 열심히 뛰어준 동료들 덕분에 만들어진 골"이라며 "이 득점을 통해서 '희생'이라는 가치를 배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감독은 행사 마무리에 "저와 선수들만 너무 부각되는 것 같다"며 "함께 고생한 코치진들도 한 마디씩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배려하기도 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U-20 대표팀이 성적뿐 아니라 우승을 이야기하는 패기, 끈끈한 팀워크, 패배를 자신의 탓이라고 말하는 지도자의 리더십 등 스포츠가 지향하는 많은 가치들을 보여줬다"며 "2022년과 2026년 월드컵에서도 이들이 성인대표팀의 주축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표 선수들은 이제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활약을 이어갈 예정이다. 해외리그와 프로 무대에 속한 선수들에게는 치열한 주전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U-20 선수들이 월드컵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도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경험을 얻은 것이 큰 소득"이라며 "이들이 소속팀에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 스타 마케팅을 통해 좀 더 부각된다면 한국 축구의 훌륭한 자산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