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성장과 고용,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 보육·교육·저출산 정책, 노동개혁과 선진적 노사관계 구축'
대선을 코앞에 둔 어느 대선 후보의 공약이 아니다. 18일간의 민생투쟁에서 돌아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놓은 '경제대전환 프로젝트'의 주요 키워드다.
황 대표는 지난 7일부터 24일까지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이라는 슬로건으로 전국 20여개 도시를 돌며 밑바닥 민심을 훑었다. 누적 이동 거리만 4080.3㎞.
투쟁 기간 당 지도부의 각종 언사로 논란도 많았지만, 당으로나 황 대표 개인으로나 소득은 컸다. 우선 장외 투쟁을 통해 PK와 TK를 중심으로 보수층 결집을 이끌어냈고, 무엇보다 정치 초년생에 가까운 황 대표를 보수진영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괴리는 여기서 발생한다. 당초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내년 총선 승리 기반을 다지는 데 목적이 있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지난 25일 마지막 규탄집회에서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우리가 똘똘 뭉쳐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바로 총선"이라며 "총선에서 잘못해서 정권에게 더 많은 힘을 실어주다가 내년에 우리는 영영 좌파의 길로 가게 된다. 좌파 독재 국가를 막아내는데 함께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한국당의 장외투쟁에선 총선은 보이지 않고 황 대표의 대권 행보만 보였다는 시각이 많다. 황 대표가 '현장은 지옥' 등의 격한 표현를 써가며 현 정부를 비판, 구원자·메시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치중했고, 문 대통령과의 일대일 영수회담을 요구하며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큰 현안으로 꼽히는 국회 정상화에도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당면한 국회 파행 문제는 여당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여당만의 책임도 아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호프미팅'에 나선 것도, 국회 일정을 확정하기 위해 여당과 물밑 협상을 벌이는 것도, 그 기저엔 한국당도 파행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권과 더 각을 세워야만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는 야당 대권 후보의 특성을 고려하면, 황 대표의 대권 행보는 원내지도부간 협상에서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투쟁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키는 것이 과제로 남은 셈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7일 민생현장이 지옥 같았다는 황 대표의 소감에 대해 "황교안 대표에게 묻겠다. 자신이 법무부 장관을 하고 총리를 하던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국민들은 내내 어려웠다. 그 기간 동안 기득권을 누리고 특권층으로 살다 보니 국민들의 삶을 몰랐던 것 아닌가"이라고 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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