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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전쟁이 시작된다" 카스처럼 vs 테슬라, 맥주시장 '왕좌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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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신조어 생기면서 인기 고공행진…소맥 대명사 '카스처럼' 위협
테라 초기 성적표 '역대급 판매량'…공급 차질 '다음주 정상화 기대'
'라이트한 맛' 소비자들에게 통했다…가벼운 한잔·소맥용으로 '제격'

"진짜 전쟁이 시작된다" 카스처럼 vs 테슬라, 맥주시장 '왕좌의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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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이 제대로 된 경쟁상대를 만났다.


소맥의 독보적인 강자 카스처럼의 대항마는 '테슬라'. 테슬라는 하이트진로의 맥주 '테라'와 소주 '참이슬'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오비맥주의 맥주 '카스'와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을 붙인 카스처럼은 소맥의 대명사다. 2012년 카스에 왕좌를 내준 이후 하이트진로는 '하이트'로 계속 재기를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하이트를 사용한 소맥 관련 신조어가 없다는 것 자체가 완벽한 패배를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소맥 시장의 판세가 급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2년간 공을 들여 6년 만에 내놓은 새로운 맥주 브랜드 테라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다. 시장에서는 최근 몇년 새 나온 맥주 신제품 중 테라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초기 성적표에서도 알 수 있다.


15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3월21일 출시한 테라의 판매량은 50일만에 130만 상자를 기록했다. 첫 달 130만 상자 판매 기록은 맥주 신제품 중 한달 기준 최대 판매기록이다. 시장은 물론 하이트진로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d' 등의 첫 달 판매량이 20만~30만 상자인 것과 비교하면 3~4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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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가 몰리면서 공급 부족 현상까지 빚어졌다. 하이트진로는 14일 전국 주류도매사에 테라의 공급지연 및 조기 정상화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가 예상 수요를 크게 뛰어넘어 물량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면서 "다음 주쯤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테라의 성공은 운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치열한 전략에 의한 것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이 5년째 지속되고 있는 맥주사업 적자(누적 적자액 900억원)를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힐 정도로 주력모델을 테라로 바꾸며 철저하게 맛과 마케팅으로 승부했다.

습관처럼 바꾸기 쉽지 않은 기호식품으로 불리는 술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돌아세운 가장 큰 요인은 맛이다. 테라는 진한 에일맥주 일색인 수제맥주와 텁텁한 수입맥주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밍밍하고 라이트'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특유의 청량감으로 소폭으로 만들어먹기 딱 맞게 설계된 맥주라서 통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4캔 1만원' 행사로 수입맥주와 저렴한 발포주만을 구매한다는 박혁권(45) 씨는 "시음 행사를 통해 테라 맛을 처음 접해보고, 깔끔한 끝맛과 가벼운 목넘김이 좋아 구매를 하게 됐다"면서 "집에서 맥주 한 잔만 마시고 싶을 때나 소맥을 만들어 먹을 때 테라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도 한 몫했다. 1990년대 이후 국내 맥주 브랜드의 운명을 갈랐던 문구는 바로 '100% 천연암반수, 하이트'와 '소폭에는 카스, 카스처럼'이다. 하이트진로는 천연암반수 마케팅으로 카스를 잡았고, 이후 하이트는 카스처럼이라는 소폭 마케팅에 의해 왕좌를 빼앗겼다. 즉, 맥주 시장은 '물'과 '소폭' 두 프레임 마케팅에 의해 판세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이 맥주 신제품 테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이 맥주 신제품 테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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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청정라거'로 표현한다. "호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만을 100%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리얼 탄산만을 100% 담아 라거 특유의 청량감을 강화했다"라는 게 소개 문구다.


1993년 당시 조선맥주 즉 지금의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하이트를 출시했을 때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천연 암반수'라는 광고 문구로 시선을 사로잡은 것과 똑같은 전략이다. 실제 하이트는 출시 3년 만인 1996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맥 프레임을 들고 나온 '카스처럼'에 의해 무너진 것. 2000년대 후반부터 카스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1위를 내줬다.


하지만 테라는 '테슬라'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성공했다. 테라와 참이슬이 모두 하이트진로의 제품이어서 테슬라 작명을 회사측에서 자작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초기 안착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왔다.


서울 중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장민수(58)씨는 "가게에서 소폭을 먹는 사람 대부분이 카스처럼을 찾았는데 최근엔 테슬라를 찾는 고객이 절반 가까이 된다"면서 "결국에는 맛이 좋아야 오래 사랑 받는데, 진하지 않은 맛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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