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시장' 외치는 인천시 vs '불통행정' 꼬집는 시민단체
공론화위원회 심의 대상 기준 '6천명 공감' 지적
기자회견실 개인·단체 사용 제한 방침에 반발
8개 시민·주민단체 "박남춘 시장은 현장에서 시민과 직접 소통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시가 민선7기 출범 이후 열린 소통과 시민의 정책 참여를 강화하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오히려 역대 시 정부보다 더 불통행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경실련·인천경제자유구역총연합회·올댓송도 등 등 8개 시민·주민단체는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인천시정의 슬로건이 무색하게 시가 시민의 언로를 차단하고 있다"며 "박남춘 시장은 현장에서 시민과 직접 소통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우선 민선7기 시 정부가 처음 도입한 온라인 시민청원제도와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인천시가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한 시민청원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참고한 것으로, 시의 주요 정책이나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표명할 수 있다. 등록된 청원이 30일간 3000명(인천 인구의 0.1%) 이상의 시민 동의를 얻은 경우 박 시장 또는 고위 간부가 영상을 통해 직접 답변하고 시정에 반영한다.
시는 또 온라인 청원에서 30일간 6000명 이상의 공감을 얻은 청원에 대해선 '인천시 공론화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정책현안에서 발생하는 공공갈등 사안에 대해 공론화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의결된 공론화 의제에 맞는 별도의 공론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시 소통협력관(2급)과 공공갈등 조정 전문가·대학교수·시민단체·시의원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공론화 기구를 제도화한 것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인천이 처음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공론화위원회의 심의·의결 대상은 온라인청원 6000명 공감 외에도 지방자치법에 따른 시민의 청원을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항, 시장이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주민단체들은 시민청원과 공론회위원회 성립 기준이 신도심과 구도심 주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시의 일방적 기준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온라인에 익숙치않은 노인층을 배려하지 않았고, 공감 수를 달성하려면 (조직결집이 잘 되는)특정 집단에 유리하다"며 " 특히 6000명 이상의 주민이 청원해야 악성민원을 풀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주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이 아닌 주민에게 '바리케이드를 넘어서 오라는' 권위적이고 패쇄적인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청장은 "단 한 건의 민원이라도 귀 기울이고 현장에 나가 주민과 직접 만나는게 중요한데 마치 3000명, 6000명의 기준을 못 채우면 중요한 민원이 아닌 것처럼 인식하는 것 같다. 시민과 행정 간의 간극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청원이 시의회 의결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공론화위원회 심의 대상으로 올리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 심의 대상 기준은 처음 1만명에서 6000명으로 낮춘 것"이라며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시민청원으로도 요구 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또 인천시가 시청 내 기자회견실 사용 기준을 강화한 것에 대해서도 불통행정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각종 정당·정치인의 발표, 공직선거 입후보자 등의 발표, 각종 단체·기업·개인 등이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기자회견실 사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새 운영 지침을 마련,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앞으로 기자회견실은 시, 출자·출연기관의 정책·사업설명회, 현안 브리핑, 입장발표 때만 이용할 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기자회견실의 운영기준은 2012년부터 있었고, 애초 시정 브리핑을 위한 공간이라서 사용을 제한하는 게 원칙"이라며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이 외부인의 기자회견실 사용을 원천 금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인천시는 상당히 개방적으로 기자회견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인천의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기자단과 협의를 거쳐 얼마든지 기자회견실 사용이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8개 시민·주민단체는 "현장의 주민들은 억울한 사정을 시민에 알리고, 행정에 경종을 울리고자 기자회견실을 찾는다"며 "개인 또는 단체의 기자회견실 사용·발표를 제한하는 것은 시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대 역행적인 발상이며, 불통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한창 민원이 쇄도하는 시기에 불통행정을 연상시키는 제도를 연이어 도입하다 보니 박 시장과 주민 사이엔 보이지 않는 장벽만 끊임없이 쌓여가고 있다"며 "해묵은 현안과 선거당시 공약을 해결하려면 박 시장과 인천시가 현장 주민들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시청 기자회견장 사용 제한과 시민청원 및 공론화위원회 운영 방침을 전면 제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민단체들의 불만은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임기를 시작한 박 시장에 대한 실망감의 발로로 보인다. 더욱이 역대 시 정부보다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2급의 소통협력관 직제까지 뒀지만 민·관 갈등을 넘어 민·민 갈등까지 깊어지자 오히려 소통행정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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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민단체 관계자는 "과거 공무원 직제에도 없는 소통협력관 자리까지 만들었으면 역대 시 정부보다는 더 활발하게 민원현장을 누비고 시민사회, 언론, 오피니언 리더들과 수시로 만나서 얘기를 나눠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의 인천시를 보면 시민과 소통을 하는데 있어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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