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HB 인증"…'연애술사'라는 픽업아티스트 실체는?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대학원생 A(29)씨는 최근 친구에게 연애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던 중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연애 고수(?)가 되는 방법을 전해 들은 것. 그는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A씨에게 '연애 컨설턴트'를 만나보라고 권유했다.
온라인 공간에선 자신을 연애 컨설턴트 혹은 픽업아티스트, 연애술사 등으로 광고하며 '수강생'을 모집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 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픽업아티스트는 이성을 유혹하는 게 직업인 이들로 2000년대 중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픽업아티스트의 한 달치 강의를 '수강 등록'한 A씨는 이후 놀라운 일들을 목격했다. 강의는 단순히 '연애 상담'을 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여성과 하룻밤 잠자리를 하는 방법 등을 공유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성범죄 대상으로 경각심이 높아진 '불법 촬영물 유통'도 비일비재 했다. 이런 강의는 픽업아티스트의 '명성'에 따라 수십여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A씨와 같은 수강생들이 모인 대화방에는 시시각각 여성의 신체나 속옷 등을 찍은 '인증샷'도 올라온다. 매력적인 여성을 'HB(hot buddy)'라 부르며 길거리에서 몰래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정준영ㆍ승리 카톡방'과 '강남 클럽 VIP 단톡방' 논란 등 연예인이나 일부 부유층의 불법 촬영물 공유가 사회적 논란이 됐지만, '픽업아티스트'는 이런 문제가 매우 일상적으로 퍼져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비밀 대화방이 아니어도 이들의 행적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 각종 커뮤니티엔 이들이 자랑스레 올린 경험담이 수두룩하다. 이른바 '필레(필드 레포트)'라 불리는 게시물이다. 필레에는 하룻밤을 보냈던 여성의 외모와 신체 특징, 직업 등 구체적인 정보가 그대로 담겨 있다. 성관계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며 자신의 유혹에 넘어간 이를 '헤픈 여성' 취급하는 일도 다반사다. 게임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는 것처럼 'N-Close, K-Close, F-Close'라 일컫는 말도 있다. 각각 휴대전화 번호를 받는 것과 키스ㆍ성관계를 이르는 말이다.
이런 경험담뿐 아니라 여성의 신체를 찍은 사진이나 숙박업소에 함께 묵었다는 것을 인증하려는 사진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자신의 경험담을 올리며 수강생을 모집하는 일부 픽업아티스트들은 수강등록을 할 경우 수위가 높은 후기나 사진 등을 볼 수 있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최근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받으며 문제가 된 버닝썬이나 아레나 등도 문을 닫기 전까진 이들의 '사냥터'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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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화가 정착할 경우 성적 자기 결정권이 가볍게 치부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여성을 단순한 성적 대상이나 수단으로 보는 걸 당연시하고 있는 큰 문제"라며 "의식개선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런 공간 자체가 쉽게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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