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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강대강' 노사 대치에 셧다운…르노삼성 부산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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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첫 날 생산라인 가동 중단에 텅 빈 공장

지속 파업에 협력사 직원들 월급 줄어 생계 걱정

협력사 130곳, 파업 여파로 매출 40% 감소


[부산=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오죽하면 르노그룹 본사가 한국 사업 접고 철수했으면 좋겠다 카는 얘기가 나온다 아입니까. 그 정도는 돼야 서로 정신을 차리고 뭐라도 결정하지 않겠습니까."(르노삼성자동차 협력사 관계자)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결국 사흘 동안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정지)'에 돌입한 르노삼성 부산 공장을 방문한 29일. 가동 중단 첫날 공장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어두컴컴한 공장 입구와 복도를 지나자 불이 밝혀진 라인 위에는 골격을 드러낸 차체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지럽게 널린 전선들은 정리해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듯했다.


자리마다 각 담당자 사진만 붙어 있을 뿐 작업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벽에 붙어 있는 5월 작업기록표는 볼펜 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바닥에 남은 시커먼 고무바퀴 자국만이 한때 바쁘게 돌아갔던 어제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이 생산 물량 감소로 29일부터 사흘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정지) 첫날 방문한 부산 공장은 라인이 멈춰 섰고 작업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부터 르노삼성 노조는 누적 250시간, 62차례 부분 파업을 실시했다. 생산 물량 감소로 부산 공장이 라인 가동을 중단한 것은 2014년 닛산 로그 수출 물량을 수주한 이후 처음이다./사진=우수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이 생산 물량 감소로 29일부터 사흘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정지) 첫날 방문한 부산 공장은 라인이 멈춰 섰고 작업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부터 르노삼성 노조는 누적 250시간, 62차례 부분 파업을 실시했다. 생산 물량 감소로 부산 공장이 라인 가동을 중단한 것은 2014년 닛산 로그 수출 물량을 수주한 이후 처음이다./사진=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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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부산 공장이 생산량 감소로 가동을 멈춘 것은 201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부산 공장은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일본 규슈 공장을 제치고 '닛산 로그' 물량을 수주했고 이후로는 안정적인 가동을 유지해왔다.

임단협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10월부터 노조가 부분 파업을 시작할 때는 이런 '막장 드라마'를 쓸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4월 중순까지 시행된 누적 파업 시간만 250시간. 횟수는 62차례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으며 손실 금액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협력사들이 입은 손해까지 계산하면 손실은 4000억원을 웃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에서 차로 10여분 떨어진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르노삼성의 협력사를 비롯해 중소기업 공장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월요일 점심시간인데도 인적이 드물었다. 굳게 닫힌 공장 문 앞에서 돌아 나와 사무동으로 들어서자 한두 명의 사무 직원이 텅 빈 공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A 협력사 관계자는 "르노삼성 공장이 셧다운을 하면서 우리 직원들도 이틀 동안 연차를 사용하고 어쩔 수 없이 라인을 세웠다"며 "파업 때문에 특근을 줄이고 작업자끼리 연차를 돌아가면서 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르노삼성협력사협의회에 가입한 130개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부산 공장 파업으로 매출이 40% 이상 줄었다. 간헐적인 파업으로 월급이 들쑥날쑥해지자 협력사 직원들의 생계도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그만두겠다는 직원을 잡지 못할뿐더러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 됐다.


나기원 르노삼성협력사협의회 회장은 "일감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퇴사자가 생겨도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직원들이 그만두면서 그동안 받던 고용 지원금이 끊기고, 르노삼성 거래가 70% 이상인 협력사들은 은행 대출도 안 나온다. 협력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로기(Groggy) 상태'가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 인근의 식당가도 텅 비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공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서 돼지국밥 식당을 운영하는 김영혜(가명)씨는 "지난해보다 올해는 확실히 장사가 안 된다"며 "경기도 안 좋은 데다 파업까지 겹쳐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나 경남도가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 방법을 고려하고 있지만 노사 협상 타결이 늦춰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일단 르노삼성이 본사에서 수출 물량을 받아오면 협력사들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고 부산 공장에서 생산한 차종을 각종 정부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닛산 로그의 후속 모델 수주 가능성마저 불투명해졌다.


박현 부산시청 미래형자동차항공팀장은 "일단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이 배정돼야 시 차원에서 의미 있는 지원을 해줄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임단협 협상 타결이 무엇보다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르노삼성 노사는 3일 동안 집중 교섭을 벌였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사는 다음 달 2일 다시 만나 향후 교섭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파업과 관련해 노조 내부에서 '노노 갈등'이 커지면서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열려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이 생산 물량 감소로 29일부터 사흘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정지) 첫날 방문한 부산 공장은 라인이 멈춰 섰고 작업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사진=우수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이 생산 물량 감소로 29일부터 사흘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정지) 첫날 방문한 부산 공장은 라인이 멈춰 섰고 작업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사진=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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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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