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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통일교육 법정주의 명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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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교육자 교류가 가시화되면서 통일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2월 금강산에서 개최된 남북 새해맞이 행사에서 교총을 비롯한 교직단체는 교육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통일교육주간 추진과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 및 전국교육자료전에 북한 교원 초청 등을 제안했다. 이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물론 지자체까지 앞다퉈 통일교육 자료 보급과 통일열차 대장정 추진, 금강산 수학여행 등 통일교육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통일교육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차분하게 고민해야 한다. 시류에 편승한 일회성ㆍ보여주기식 통일교육을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통일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교육부와 통일부가 발표한 '2018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따르면 학교 통일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53%에 그쳤다. 지난해 63.6%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며 조사 이래 최저치다. 그리고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자료 보급(50.2%), 체험활동 프로그램 개발(44.3%)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교육 현장에서는 부족한 교육자료와 프로그램이 통일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학교 현장은 통일교육에 대한 정치적 부담까지 갖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을 '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41.0%에서 5.2%로 크게 감소했다는 실태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정부의 화해무드 조성에 편승한 착시현상 조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을 어떤 대상으로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변 항목이 지난 4년 동안 적, 협력대상, 지원대상 세 가지였다가 이번 조사부터 '경계대상(28.2%)'이 추가돼 분산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북한의 인권ㆍ체제에 대한 실상을 직시하지 않고, 긍정적 이미지만 부각시켜 통일교육의 방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말에는 통일교육을 위해 통일부가 위촉한 한 통일교육위원이 공식행사에서 북한에 대해 '매력적인 독재'라고 말하는가 하면, 한 방송사 자회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계 최연소 국가 원수'라고 설명하는 종이인형을 판매해 미화 논란을 일으켰다.


또 최근에는 여당의 한 고위 인사가 '20대가 가장 보수적인 이유는 반공교육 때문'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해 파장이 일었다. 이를 바라보는 학교 현장은 통일교육이 자칫 정치ㆍ이념교육으로 흐를까 걱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그간 학교 통일교육이 반공교육기, 안보교육기, 통일안보교육기 등 정권과 남북 정세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고, 그것이 통일교육 자체에 대한 반감과 소극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이제는 정치ㆍ이념에 좌우되지 않는 균형 잡힌 통일교육, 분단과 북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교육, 그래서 일관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통일교육이 이뤄져야 할 때다. 이런 방향과 원칙 아래 교육부ㆍ통일교육원 등 당국은 물론 교총 등 교원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공감하는 교육 방향을 설정함과 동시에 교육자료, 프로그램 개발에 협력해야 한다.


현행 통일교육 지원법 제3조는 '통일교육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루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말한다' '통일교육은 개인적ㆍ당파적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통일교육의 법정주의를 명시한 법률의 취지를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ㆍ부산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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