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최선희, 떠나려는 트럼프에게 김정은 메시지 들고 뛰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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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북ㆍ미 정상회담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메트로폴 호텔. 확대정상회담을 마치고 회담장을 떠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대표단을 향해 다급히 뛰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최선희 북한 외부성 부상이었다. 최 부상은 미 대표단에게 급하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내밀었다.

6일(현지시간) CNN방송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정통한 복수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 측이 협상 결렬 위기에 내몰리고 나서야 뒤늦게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보도했다.

최 부상이 미국 측에 전달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영변 핵시설의 '공동의 정의(a shared definition)'에 대한 답변이었다. 메시지를 받은 미 대표단은 김 위원장의 답변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 정의를 공유하는 지가 명확하지 않다며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했고, 최 부상은 김 위원장의 답변을 받기 위해 서둘러 되돌아갔다. 최 부상이 다시 가져온 김 위원장의 대답은 "핵시설 모두를 포함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 대표단은 김 위원장의 답변에 아무런 감명을 받지 않았으며 협상 재개를 원하지도 않았다.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영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야 했다"고 말한 뒤 하노이를 떠났다. 협상 결렬에 따른 제재 완화 무산 위기에 놓인 북한 측이 막판에 미국 측을 붙잡기 위해 뛰었지만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되돌려 놓지 못한 것이다.

사실 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하루 앞서 하노이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협상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길 원했지만 거절당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김 부위원장에게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기 전에 북한의 협상 의지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은 만남을 거부했고 몇 시간을 기다리다 허탕을 친 폼페이오 장관은 결국 좌절한 채 이날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CNN은 "북한 당국자들이 미국 카운터파트를 바람맞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면서도 "정상회담 하루 전 고위급의 '모욕'은 우려스러운 일이었고 궁극적으로는 2차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승리가 아닐 것이라는 예고된 신호였다"고 평가했다.

이 방송은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미 행정부가 다음 달 안으로 북한과 후속 실무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북한 측은 아직 회담 시기와 장소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