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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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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11만3000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부문이라 함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기업, 공공기관 등을 의미한다. 알기 쉽게 말하면 공무원과 준공무원 숫자를 그만큼 늘리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확충 계획의 일환이다. 과연 이렇게 급격히 늘려도 될까.


세금으로 필요한 예산을 벌충해줘야 하는 국민의 시선이 곱상할 리가 없다. 소득 주도 성장 등 잘못된 정책으로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정부가 무리수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런 시각에 대해 공격적으로 방어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전체 일자리 수 대비 공무원 및 준공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해 대국민 서비스가 형편없는 나라가 됐다고 설명한다.

한 국가의 전체 일자리에서 공무원 및 준공무원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공공부문 고용기여도'라고 말한다. 이 수치가 높으면 '큰 정부'를 지향하는 나라이고, 낮으면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나라다. 따라서 몇 %가 적정하다고 단언적으로 말할 수 없다.


실제로 한국보다 고용기여도가 낮은 일본의 공공 서비스 만족도가 한국보다 높다. 의료 분야를 제외한 치안, 교육 시스템, 국가 사무 등에서 모두 앞선다. 2015년 한국의 공공부문 고용기여도는 7.61%. 일본은 5.94%. 기여도와 공공 서비스 만족도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음을 뜻한다.


일자리 81만개 확충 계획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존재하지 않는 인과관계를 기초로 목표를 세운 데 있다. 살펴보자. 2013년 한국의 고용기여도는 7.60%. OECD 평균은 21.28%. 단순 계산해서 OECD 평균 수준으로 기여도를 높이려면 공공부문 고용을 세 배 가까이로 늘려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선 OECD 평균의 절반 수준(10.64%)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2015년 공공부문 일자리 수 199만개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79만개를 더 만들어야 한다. 81만개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81만개라는 목표 자체가 설득력을 잃게 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사용하는 메시지도 매우 피상적이다. 고작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필수 인력"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일을 하는 공무원 숫자를 더 늘리면 생명과 안전이 확보된다는 논리다. 그래서 산업안전감독관도 늘리고 세관 직원도 늘리고 경찰 숫자도 늘린다.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는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선진 행정에 보편화돼 있는 위험기반현장감시(Risk Based Inspection)를 활용하면 적은 인력으로도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식품 안전을 위해 구청 위생과 직원 숫자를 마냥 늘리는 대신 고위험 식당을 선별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들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방식이다. 공공업무의 자체 혁신을 통해 필요 인력을 최소화하는 혁신 프로세스가 일자리 창출 대책에 빠져 있는 것이다.


현재의 공공 서비스 수준에 대한 국민의 세부 분야별 만족도ㆍ신뢰도 조사도 없었다. 만족도 조사의 목적은 두 가지다. 우선적으로 인력을 확충해야 하는 서비스 분야를 찾는 것과 분야별 개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공공부문이 고용에 더 기여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행정 서비스 수준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한국의 현재 공공부문 고용기여도는 지나치게 낮다. 현저히 부족한 민생, 안전 분야 집행 인력의 우선적 확충이라는 과제도 있다. 그러나 바쁘다고 해서 행정 수요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일하는 방식의 혁신, 조직 혁신을 통한 우선적 인력 배치 합리화, 구체적 성과 목표 제시 등을 생략한다면 비대해진 공공부문은 두고두고 한국 경제에 짐이 될 것이다. 일자리 81만개라는 목표도 재검토, 수정해야 하는 이유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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