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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CPTPP 그리고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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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점에서는 가입해야 한다' 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이 카드가 유용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각각 기획재정부, 외교부는 이렇게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일본과의 무역적자가 커질 수 있다' '농수산물 추가 개방을 하면 국내 농수산업은 초토화된다'. 각각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이다. 부처에 따라, 소관 산업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왜 CPTPP인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 협정은 태평양 지역 11개 국가의 무역 자유화에 관한 것이다. 2017년 1월 미국이 탈퇴하면서 그 중요성은 반감됐지만, 여전히 세계 무역의 15%,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5%를 차지하는 중요한 무역권이다. 한국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6%로 역시 작지 않다. 2018년 말 기준 11개국 중 7개국이 비준을 완료하면서 CPTPP는 이미 발효됐으니 한국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한국은 이미 15개 지역 혹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무슨 고민을 하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외형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개방과 보호라는 화두가 등장할 때마다 한국은 개방의 편에 섰고, 지난 경제사는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스크린 쿼터와 영화시장 개방, 한미 FTA, 심지어 쌀시장 개방에 이르기까지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세계 6위의 무역 대국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 CPTPP에 관한 한 FTA를 향한 걸음을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 이 협정 가입국 11개국 중 한국은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이미 FTA를 체결했다. 그러니 CPTPP 가입은 일본과 멕시코, 그중에서도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번 따져보자. 10년도 더 된 옛날 일본과의 FTA는 논의 단계 이상으로 진전되지 못했다. 일본의 비(非)관세 장벽, 폐쇄적인 농산물시장 그리고 '구조적인' 일본과의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가 한몫했다. 사실 300억달러에 근접하는 이 대일 무역적자는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다. CPTPP에 가입한다면 이 무역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 일본에 가져다주는 형국이다. 양자 간의 무역 관계에서만 본다면 필자는 여전히 일본과의 FTA에는 머뭇거리고 싶다. 10년 전에 논의된 것처럼 한ㆍ중ㆍ일 FTA로 접근하든지, 아니면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길 기다리고 싶다. 그 사이 우리 산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무역적자의 주범인 소재부품산업에서 더 이상 일본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금상첨화다.

그건 야무진 꿈에 불과할 수 있으니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아직 11개국의 비준이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은 기다리면서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1개국과 개별 협상을 해야 하니, 지금은 이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어두는 것이다. 그러고는 지금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다급한 영국 혹은 더 바람직하기로는 미국(그럴 가능성이 있다면)과 동시에 CPTPP 문을 두드려야 한다. 혼자서 입장하기보다는 덩치 큰 이웃과 함께 입장하는 것이 입장료를 적게 지불하는 방법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9개국과의 FTA에 만족하면 안 되냐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디지털 무역 규범에서 보는 바와 같이 CPTPP가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 무역 규범 논의의 장이 될 때(그럴 가능성이 미약하지만 있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김기홍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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