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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김용근 "제조업 早老化 진행, 노사 대타협 처방 필요"

최종수정 2019.02.18 11:17 기사입력 2019.02.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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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새해 첫 인터뷰
최저임금 개편, 탄력근로제, 통상임금, 상법 개정 등 주요 현안 중재자로 경총 역할론 커져
자동차 산업 부진, 고비용·저생산성 구조 원인
미국·프랑스처럼 3~4년 단위 임단협도 대안
내년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불가피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1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1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대담=아시아경제 조영신 부장, 정리=김혜원 기자] "내년이면 정치권은 선거 국면에 돌입할 테니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인 올해가 노사 관계는 물론 경제의 큰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해입니다. 무엇보다 선진국형 노사 관계 정립은 우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과 경영 이슈와도 맞물린 가장 시급한 현안이죠."


경영계를 대변하는 대표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임직원은 최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유연근로제 개편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진두지휘하는 데다 최저임금 시행령 개편 후폭풍, 통상임금 소송,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등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주요 현안의 중재자로서 경총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새해 첫 인터뷰를 가진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노사 관계를) 이대로 뒀다가는 제조업의 조로화(早老化)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노사 관계의 경직성과 힘의 불균형을 바로 잡도록 경영계와 노동계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부회장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는 물론 대립적 노사 관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면서 "임금 인상 자제와 고용 유지를 골자로 한 대타협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제조업은 밖(해외)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파업이라는 칼자루를 차고 협상에 나서는 게 용이한 구조, 사업장 점거 등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법의 테두리 안 힘의 불균형이 건전한 노사 문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현재 경영계와 노동계가 빚고 있는 여러 갈등을 풀기 위한 경총의 역할을 김 부회장으로부터 들었다.


-경총 역사상 최근처럼 바쁜 적도 없었다. 부회장을 맡은 지 7개월인데.

▲30년 넘게 산업 정책 관련 일을 했는데 (경총에 온 뒤로)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노사 관계 선진화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기업과 고용이 같이 간다는 철학과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수준 미달이다. 기업과 근로자 간 불신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다. 경총이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한 경영계의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겠다.

-가장 눈앞에 닥친 현안은 탄력적 시간근로제가 아닌가 싶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오는 18일까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이견을 좁히고 있다. 논의 자체는 많은 진전이 있다. 최종 합의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성과물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국회로 공이 넘어가 논의를 다시 시작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회 일정이 불투명하지만 여야 모두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편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니 처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최대 1년으로 확대, 도입 요건 완화 등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고 노동계는 임금 보전과 집중 근로 시 건강권 악화로 맞서고 있다.


문제는 현재 논의의 중심에 탄력근로제만 있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논의는 배제돼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은 탄력적 근로시간과 선택적 근로시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나 정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배분해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동일한 목적의 제도이므로 반드시 함께 개선할 필요가 있다. 탄력근로제 개선만으로 모든 업종ㆍ직무의 유연한 근로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경총은 두 개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논의 자체가 안 되고 있는 것인가.

▲최근 만난 IT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규제하면 수주 물량을 따올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쪽 세계에서는 누가 더 빠른 시간 내에 앞선 프로그램을 개발해내느냐 경쟁인데 오히려 제한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을 고쳐야 하는데 지금은 탄력근로제만 다루고 있다. IT 서비스·개발업과 연구개발(R&D) 등은 개인의 능력과 성과 중심의 개별적 근로가 특성인 대표 직종이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 활동 경직성을 완화할 제도적 방안을 찾는 것이 위원회의 구성 목적인 만큼 두 제도를 함께 논의하고 개선해야 맞다.


-모든 논의와 결과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많이 어렵다.

▲자동차산업협회장을 지내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우리나라 자동차 R&D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2014년 450만대에서 이제 400만대도 겨우 판매하는 시장으로 쪼그라들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노사 관계다. 고비용ㆍ저효율 구조가 고착화한 원인이다. 프랑스 르노그룹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를 방문했을 때 한국은 환율과 통상임금 등을 이유로 고비용 생산 국가로 분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프랑스나 미국처럼 임단협을 3~4년 주기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립적 노사 관계가 아닌 협력적 노사 관계가 결국 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을 하루 빨리 인지해야 한다. 고비용ㆍ저생산성 구조는 한국 제조업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1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1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고질적 병폐인 노사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답이 안 보인다.

▲국가적 과제다.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지식인 사이에서도 진영이 갈라져 있다. 가급적 테이블에서 노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단체행동권에서의 힘의 불균형이 노사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반수 찬성이면 파업이 가능하니 파업 결의부터 하고 협상장에 나온다. 파업 행위도 사실상 사업장 점거가 가능하다. 외국은 피켓팅 정도만 허용한다. 우리처럼 파업 시 대체 근로가 불가능한 나라는 거의 없다. 경영계가 결국 양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저임금 시행령도 뒷말이 많다.

▲문제를 많이 느낀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은 기업 경영에 직격탄을 줬다. 정부 통계를 봐도 영세 사업자 폐업률이 작년과 올해 사이 확 높아졌고 실업률과 취업률 수치도 나빠졌다. 정부는 임금 체계 구조 합리화에 주력하는 분위기인데 최저임금 인상 자체의 속도조절이 필요해보인다. 내년 인상 분은 상당 폭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노동계도 현실 인식은 하고 있다.


-내년이면 경총 창립 50주년이다.

▲경총은 어려운 대한민국 노사 관계 이슈를 50년째 담당하고 있다. 노동계와의 인적 네트워크 확장은 물론 노사 관계를 둘러싼 전문성도 확보하고 있다. 노사 관계라는 것은 산업 경쟁력과 묶어서 유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산업 정책을 30년 이상 다룬 경험을 살려 새로운 노사 관계 정립을 위해 온 신경을 기울일 생각이다. 노사 현안만 가지고 이해를 달리 하고 찬반을 가를 것이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하고 경제를 활성화할지 보다 큰 틀에서 해법을 찾겠다. 정책 건의 활동의 외연 확장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 내에 선진 경영 시스템과 상생의 협력적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회원사가 참여하는 유럽, 미국 등 선진 기업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신규로 운영하고 선진 노사 관계 등에 대한 벤치마킹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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