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 500원 계란, 맥도날드 햄버거에 넣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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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동물 복지를 고려한 '케이지 프리'(Cage Free) 달걀 한 개의 소매값은 500원 수준으로 시중 일반 달걀(특란·중품)값의 3배다. 6년 후 국내에서 판매되는 맥도날드 햄버거에는 모두 '케이지 프리' 달걀이 사용될 예정인데 관련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양계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의 지원없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14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케이지 프리 선언을 촉구하는 운동을 펼친다. 최근 국내 커피업계 1위 스타벅스코리아에 케이지 사육 달걀의 사용 중단을 요구했다. 앞서 이 단체의 요구에 '브랜드 달걀' 시장 점유율 1위인 풀무원이 2028년, 한국맥도날드는 2025년까지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달걀을 케이지 프리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A4용지 1장' 산란닭이 평생 머무는 공간=케이지 프리는 흔히 닭장으로 불리는 '배터리 케이지'에 가두지 않고 사육하는 방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련 규정을 보면 산란계 한 마리의 최소 사육면적은 0.05㎡(25x20cm)에 불과했다. A4용지 딱 한 장 정도 크기다. 작년 7월부터 0.075㎡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좁다. 이같은 공간은 스트레스와 질병을 유발한다. 평생 알만 낳다보니 칼슘 부족으로 다리 골절이 쉽게 발생한다. 좁은 공간에서 다른 닭에 깔려 다친다.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24시간 조명을 밝힌다. 산 채로 부리를 자르기도 한다.


닭들의 열악한 환경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온다. 2017년 여름 '살충제 계란 파동'이 대표적이다. 많은 농가가 닭에 달라붙는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피프로닐'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피프로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2급 유해물질이다.

20여 년전부터 해외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유럽연합(EU)은 1998년부터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 사용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듬해 유럽연합 국가 내 배터리 케이지 사용을 2012년까지 전면금지하겠다고 결정했다. 물론 모든 케이지를 금지시키지는 않았다. 일부 '개선된 케이지'(Enriched cage)는 허용했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기본 기조는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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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지 프리' 산란계 2%…정부지원은 0%=문제는 현실성이다. 국내 산란계 농가는 1000여 곳으로 이들이 키우는 약 7000만 마리에서 하루 평균 4000만여 개의 달걀이 생산된다. 하지만 국내 유통 달걀의 95% 이상은 기존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된다. 2월 현재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전국 산란계 농장은 전국 118곳, 179만수다. 마리수 기준으로 2% 가량이다. 기존 농장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비용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기연 농림축산검역본부 과장은 "지난해 산란계농장의 경우 동물복지 인증 신청은 40건이었다"며 "현재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같은 규모 대비 생산성이 떨어진다. 케이지 없이 방사형으로 기르는 만큼 단위 면적당 개체수 감소는 필연적이다. 김재홍 대한양계협회 국장은 "여건만 되면 케이지 프리 방식을 도입하고 싶다"면서도 "보통 케이지 농가는 5만수에서 4만개 달걀을 생산하는데 같은 면적 대비 3000수에서 2600개 가량만 생산할 수 밖에 없는데 수익 보전이 없다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지에서 생산된 달걀과 케이지 프리로 키운 달걀의 품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살충제 파동 이후 개별 농가에서 주의하는 것도 있고 먹거리이기 때문에 좋은 품질의 계란을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지 프리를 선언한 기업들도 반응이 엇갈린다. 풀무원은 이미 전북 남원에 유럽식 오픈형 계사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1㎡당 9마리 이하의 사육 밀도를 유지하며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5곳의 기존 배터리 계사를 점차적으로 바꿀 계획"이라며 "시민단체의 요구 이전에 이미 2000년대부터 동물복지 생산에 관심을 갖고 내부적으로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구체적 이행 여부에 대해 "공식 논평 외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들도 열악한 양계 현실은 인정했다. 장병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모든 농가의 '케이지 프리' 전환에 대해 "영계농가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공급자가 아닌 달걀을 소비하고 유통하는 기업에 동참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당장 하라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두고 동물복지 관점에서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알찬유정란농장 대표

박진용 알찬유정란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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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농가 "100% '케이지 프리' 어려워"=11년째 케이지 프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박진용 알찬유정란농장 대표는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땅이 넓지 못해서 100%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닭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워야하는 만큼 양계 규모가 크면 클수록 사육 면적은 몇배로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산란계 1만2000수 규모(대지면적 5940㎡)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평사 및 운동장을 갖춘 5개동의 계사 및 체험장, 숙소, 창고 등을 갖췄다. 정부로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인증받았으며 지난해 산란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택배를 이용해 직거래 방식으로 판매하는데 단골 고객이 3000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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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유정란농장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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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양계농장에도 기업처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형화 되고 있는 농장들은 점점 자산이 불어가고 있지만 대부분 소규모 케이지 프리 농가들은 힘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대해서도 "2년전 살충제 파동으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찬성을 한다"면서도 "탁상행정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큰 농가들의 목소리를 듣지만 작은 농가들의 소리도 같이 들으면 좋을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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