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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10년]자본시장 키웠지만 ‘쇼생크’처럼 감독하면 혁신적 플레이어 안 나와

최종수정 2019.02.11 13:33 기사입력 2019.02.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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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前 금융투자협회장에 길을 묻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구은모 기자] “시장을 신뢰하고, 증권사를 신뢰하고, 은행을 신뢰하고, 보험사를 신뢰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플레이어'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몇 가지 기본 원칙만 제시해 시장운영과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면 강한 처벌로 본보기를 보이면 됩니다.”


국내 금융발전을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황영기 전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세종에서 가진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 시행 10년 동안 우리 자본시장이 의미 있는 양적ㆍ질적 성장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규제하기보다는 원칙 중심의 규제와 감독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후 자본시장 100조원 돌파할 것"= 황 전 회장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먼저 외형 변화를 언급했다. 그는 "증권사들의 손 바뀜이 활발해지면서 대표 선수들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지점 수는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자본금 규모는 확대됐다"고 했다. 2008년 말 기준 61개였던 증권사는 지난해 말 56개로 줄었고, 1800여개였던 지점 수는 작년 말 기준 998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31조원에서 56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황 전 회장는 "생각보다 자본금의 증가폭이 크진 않았지만 향후 초대형 투자은행(IB) 등의 수익성이 확보돼 자본금이 늘고 매년 자기자본의 10%씩 이익도 쌓인다면 10년 후에는 100조원을 너끈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내부적으로 보면 비즈니스 모델도 변했다고 진단했다. 10년 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이었던 증권사들의 수익모델은 최근 자산관리(WM)와 IB까지 확대되면서 현격히 변화했다. 황 전 회장은 "산업을 이끄는 선두주자들이 브로커리지에만 의지하지 않고 IB나 WM 부문의 성장을 이뤄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증권사는 물론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굉장히 도움이 되는 중요한 질적 변화"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 간 외형 성장과 수익구조의 변화를 이룬 자본시장이지만 아직 성공을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황 전 회장의 평가다. 그는 자통법이 제정될 때 원칙 중심으로 만들어지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자통법은 은행업법, 보험업법 등 개별 업법이 아닌 시장을 규율하는 높은 차원의 법"이라며 "시장법은 그 특성상 모든 행위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원칙을 중심으로 법을 규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칙 중심이 아닌 개별 업법처럼 행위별로 미세한 조항이 더해지기 시작한다면 누더기 반쪽짜리 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황 전 회장은 규정 중심 규제가 불러온 대표적인 폐해가 공모펀드의 몰락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사모펀드(PEF)의 약진, 공모펀드의 쇠퇴' 흐름은 점점 거세지고 있는데, 강력한 규제 환경에서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비판이다. 그는 "공모펀드의 운영절차는 투자자 보호라는 원칙하에 엄청나게 복잡하다"면서 "까다로운 인허가부터 복잡한 판매절차와 사후관리, 민원노출 위험 등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공급자들이 손을 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펀드의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 규제 환경이 공급자가 공모펀드를 운영할 만한 유인동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펀드의 순자산은 2016년 사모펀드에 역전당한 이후 매해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규제 심하면 혼자 화장실도 못가는 신세 전락"= 황 전 회장은 자통법이 절반이 아닌 완전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시장을 신뢰하고 원칙 중심으로 규제와 감독 기준을 제시해 자본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은 자본의 건전성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들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만 제시하고 지켜봐야 한다"며 "업체들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자신들만의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 보호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비로소 기업 내부로 들어가 내부통제제도 등 적절한 시스템을 갖췄는지 상세조사를 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거운 과징금 등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황 전 회장은 "지금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검사해서 항목별로 허가를 해주는 식"이라며 "이보다는 일정 수준의 자율을 부여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금융사에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처벌은 회사와 시스템에 대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인적 처벌은 해당 회사의 이사회에서 사안이 대표 등의 책임인지 외생변수로 인한 불가피한 일이었는지 등을 따져본 뒤 징계하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 '쇼생크 탈출'을 예로 들며 쇼생크의 교도관처럼 금융시장을 감독해선 혁신적인 플레이어가 나오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전 회장은 "극중 인물인 '레드'는 출소 후 마트에서 일하면서 허락 없이는 화장실 가는 일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며 "규제가 심하면 혼자서는 소변도 볼 줄 모르는 레드 같은 플레이어만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플레이어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시장 안의 경쟁을 넘어 세계로, 아시아로 눈을 넓히고 '중국과 일본 회사를 잡겠다' 혹은 '기획ㆍ모바일ㆍ상품ㆍ서비스 등으로 해당 시장을 제패하겠다'와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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