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특별대표 이르면 오늘 서울 복귀
비핵화 상응조치 대북제재 완화 관심 집중
"美, 北의 IMF·세계은행 가입 지원도 검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가 6일 북한 방문길에 올라 평양에서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오른쪽)와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에서 2박3일간의 대북 실무협상을 마치고 8일 서울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비핵화 상응조치로 어느 정도 수준의 대북제재 완화안을 내놓았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측이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의 가입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북측은 이와 달리 포괄적 제재완화를 통한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외교가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가 이르면 이날 중 평양을 떠나 서울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 당국도 비건 특별대표의 복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회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으로 넘어간 비건 특별대표가 복귀 시점을 밝히지 않고 '배수의 진'을 친 만큼 그가 어떠한 성과를 손에 쥐고 돌아올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비건 특별대표가 주말까지 평양에 머무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비건 특별대표가 적어도 2박3일을 평양에서 머물렀다는 점은 북·미 간의 유의미한 '합의'를 도출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통일연구원 김상기 통일정책연구실장은 "(1차 정상회담 전 실무협의에서처럼) 판문점에서 협상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평양에서 진행한 것이기에 실제적으로 합의 가능한 요구사항들을 서로 주고 받는 가운데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 폐기 및 '플러스알파(+α)'와 그에 대한 미국 측 상응조치의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측의 상응조치로는 남북경협사업 제재 면제,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인도적 차원의 국제지원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여기에 더해 미측이 북한의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가입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브래들리 뱁슨 전 WB 고문은 7일(현지시간) "북한의 (IMF·WB) 회원 가입은 비핵화 협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면서 "미국 측이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상응조치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미 연구기관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미국 관료들이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IMF 및 WB 가입은 북한 경제건설에 필요한 외국인 투자를 확보하는 첫 걸음"이라고 했다.
북측이 외부투자를 통한 경제발전 전략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해외기업의 유입이 아니라 체제안정이라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장기적 경제개발"이라면서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들이 북한에 들어와 대규모 공장을 짓는 상황을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북한은 자원 수출이나 관광산업 등 스스로 통제 가능한 현금확보용 경제발전에 관심이 크다고 강조했다. 석탄 수출이나 금강산 관광재개 등이 대표적이다.
미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의 복귀 일정과 협상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상회담과 회담 의제에 대해 앞질러서 말하지 않겠다"면서 "이번 협상은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작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합의사항인 완전한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추가 진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의 복귀 일정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도시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가 7일 밤 서울로 돌아왔다는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는 8일 "비건 특별대표는 평양에 있다"고 밝혔다. 평양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비건 특별대표는 미 해군 수송기를 타고 서해직항로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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