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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갈등에 정쟁에 걸려…'탄력' 잃은 경영계는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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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은 총파업 선언…한노총은 임금 보전 등 내걸고 사실상 반대 표명

기업들 올해 생산·근무 계획도 수립 못해 차질…주52시간 꼼수 근무도

노사 갈등에 정쟁에 걸려…'탄력' 잃은 경영계는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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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탄력근로제에 대한 노사 합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으면서 경영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8일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서 노조측은 자신들의 기존 입장만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 후 이를 보완할 탄력근로제 통과가 2월 임시국회에서도 불투명해지면서 경영 현장에서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오리무중 탄력근로제 논의 = 경영계에서는 지난해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 전부터 줄기차게 탄력근로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탄력근로제는 특정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에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단위 기간의 주당 평균근로시간을 기준 근로시간(최대 52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다. 현행 법에서 단위 기간은 2주이며, 노사의 합의에 따라 최대 3개월까지 가능하다. 가령 이번 주 일이 몰려 80시간을 일했더라도 다음 주 24시간 내로 일하면 주당 평균 52시간을 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 제도다.


경영계에서는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에어컨 등 계절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 철강과 정유ㆍ석유업계는 갑작스런 정비에 나서거나 정기 보수를 해야 하는 경우 등 일이 한 때 몰리는 직군에서는 주52시간 제도가 현실성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 여당도 이 같은 상황을 공감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거론했지만, 노동계에서는 '경영계의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자체를 거부한 상태이며 이달 말 탄력근로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열리는 경사노위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임금 보전과 근로자 건강권 확보 방안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경사노위가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2월에는 탄력근로 확대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대할 뿐 아니라 여야 간 정쟁으로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여야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 후폭풍 등으로 '강대강 대치'를 벌이면서 임시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경영계 연간 생산 일정 차질 = 경영계는 올해 생산 및 근무 계획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업별로 지난해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대비해 자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이 역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일을 했음에도 주52시간 위반 문제 때문에 근무 시간에는 포함할 수 없는 '꼼수 근무'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동조합(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SK하이닉스지회)이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술사무직 근로자 10명 중 4명 실제보다 과다하게 '비근로시간' 입력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정해진 근로 시간 이상 일했음에도 현행 법 준수를 위해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사내 전산 시스템에 '휴식', '식사' 등 비근로시간을 입력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 등의 직군에 대해서는 업무 특성상 획일적으로 근로시간을 재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근로자들을 아직도 70~80년대 2교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스마트워크 생태계가 이전부터 구축되면서 업무 형태가 크게 변한 것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무시간보다 성과에 집중 = 선진국에서는 획일적으로 근무시간을 정하지 않고 성과 위주의 근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근무 시간보다는 근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국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ㆍ근로시간 적용제외)'이란 제도를 도입, 주당 임금이 913달러(연봉 4만7476달러) 이상인 고소득 사무직에는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일본 역시 이와 유사한 '탈시간급제'를 통해 연봉 1000만엔(약 1억원) 이상 일부 전문직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국내서는 주52시간 제도 아래에 R&D 직군에 대해서는 월 단위의 총 근로 시간 안에서 직원 스스로 일별ㆍ주별 근무시간을 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반면 미국 실리콘밸리 미주총괄 법인에서는 보다 유연한 근무 형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획일적으로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된 이후 보완 입법인 탄력근로제가 시행되지 않으면서 산업계에서는 실질적인 혼란을 겪고 있다"며 "조속히 탄력근로제가 논의 돼 경영상의 혼란을 줄여주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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