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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행정… 갈등만 부추긴 '세운'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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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행정… 갈등만 부추긴 '세운' 재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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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을지면옥 등 노포(老鋪)에 이어 독립운동가 집터까지 보존·활용하는 방안을 수립하기로 하면서 세운3구역 토지주들이 또다시 반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첫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지 14년, 지금의 서울시가 새 정비안을 꾸려 다시 지정한 지 5년만에 세운3 재개발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1일 정비업계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세운3구역 입정동 내 확인된 독립운동가 거주지는 총 20곳이다. 이중 절반 이상은 없어진 상태로 지난 30일 새벽 철거된 입정동 135 일대 전기종 선생의 집터 등을 모두 포함하면 이제 5~6개 건물만 남았다.

서울시는 이들 독립운동가들의 집터를 '흔적 남기기' 일환으로 활용안을 수립하기로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향후 소유자 및 사업시행자와 논의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지난 노포 보존 발표때와 같이 토지주들을 배제한 체 추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 큰 문제는 서울시가 진행하겠다는 독립운동가 집터의 고증 작업이 수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실제 거주했던 곳이 맞는지 수십년 전 객관적인 자료부터 찾아야한다. 여기에 대부분의 집터가 이들의 생가(生家)가 아니라 단기 거주한 일종의 하숙(下宿) 형태로 이를 보전 가치로 봐야할지도 논란이다. 한 세운3구역 토지주는 "이미 철거가 진행 중인 상황인데다 해당 건물들은 이미 다른 업종에서 사용해 수십년 전 역사적 가치를 상실했다"며 "결국 사업이 지연되는 요소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심 한복판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으로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도 문제다.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하고 정비사업을 시작한 게 2014년. 이후 5년간 세운3구역 소유주들은 서울시의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 사업시행인가, 보상협의, 관리처분인가 등을 받아냈다. 토지주 75% 이상 동의를 얻어 진행된 재개발 사업이 올해 말 관련 종합대책이 세워질때까지 또다시 중단된 것이다.

서울시가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2015년 만들어진 '역사도심기본계획'이다. 이 계획에서 현재 세운3구역이 속한 을지면옥, 을지다방, 조선옥, 양미옥 등이 '생활유산'에 포함됐지만 역사도심기본계획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


토지주들이 적법한 절차로 청산과 이주 등의 작업을 진행하면 지금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서울시가 직접 나서 '보류' 결정을 내린 셈이다. 다른 토지주는 "세운 재개발이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지금에 와서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속앓이를 하고 있는 쪽은 세운 정비를 맡고 있는 사업시행자도 마찬가지다. 토지주들과의 협의를 마치고 서울시 정비안에 맞춰 예정대로 개발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이제는 단순 개발업자로만 몰리고 있다. 사업구역 내 33㎡(10평) 미만의 작은 땅을 가진 영세 토지주들의 손해도 여전하다. 재개발 지연에 따른 금융이자가 가장 큰 원인으로 토지를 경매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직접 승인한 정비안을 스스로 뒤집는 결정으로는 토지주와 사업자들의 오해만 더 늘어난다"며 "보전과 정비라는 주요 관점에 맞춰 명확한 정비 기준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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