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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벌금 있어요”…추워지면 ‘자수’하는 노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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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매달 4~5명 벌금 조회 요구하며 자수
평소 꺼리던 알콜중독센터 자진 입원 희망자도 늘어
겨울엔 수용률 100% 가까워

28일 서울역 광장에서 한 노숙인이 이불과 박스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겨울철이면 매달 4~5명의 노숙인이 자진해서 노역을 살기 위해 벌금 조회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춘희 기자)

28일 서울역 광장에서 한 노숙인이 이불과 박스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겨울철이면 매달 4~5명의 노숙인이 자진해서 노역을 살기 위해 벌금 조회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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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이춘희 수습기자] “나 벌금 낼 거 있는지 좀 봐줘요.”


영하의 강추위가 불어닥친 지난 7일 서울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에 뜻밖의 민원인이 들어왔다. 허름한 행색으로 추위에 지친 표정이 역력한 노숙인 강모(64)씨가 스스로 벌금 조회를 요구하며 자수해온 것이다. 조회해보니 강씨는 4건의 경범죄와 사기죄로 인한 벌금 등 총 120만원을 미납한 상태였다. 그는 12일간 노역장에 유치됐다.

겨울이 되자 추위를 피할 곳 없는 노숙인들이 스스로 노역장 행을 택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거리에서 추위를 견디기 보단 잠시나마 노역장에서 안정적으로 밥과 보금자리를 보장 받으려는 것이다. 일부는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며 범죄를 저지르거나 평소 극도로 꺼리던 ‘알콜중독치료센터’ 입소를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에서 가장 많은 노숙인이 모여 있는 서울역 일대에선 겨울이 되면 부쩍 노숙인들의 ‘벌금 조회’ 민원이 증가한다. 상당수 노숙인들은 ‘음주소란’ 등 경범죄를 저질러 벌금을 부과 받은 경우가 많아 ‘스스로 노역’은 대부분 성공한다고 한다. 미납한 벌금을 혹한기 혹은 혹서기에 노역으로 해결하는 식이다.


서울역파출소 경찰 관계자는 “겨울이 되면 통상 한 달에 4~5명이 스스로 벌금을 조회해 노역을 살러 간다”며 “그들 입장에선 길게는 며칠씩 몸보신을 하고 오는 격”이라고 말했다. 벌금 미납자는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돼 노역을 하게 된다. 봉투접기나 제초작업 등을 하게 되며 보통 노역 일당은 하루 10만원으로 책정된다.

또 겨울이 되면 알콜중독치료센터 등 시설을 자진해 찾는 노숙인도 늘어난다. 시설에선 술이 금지되고 시간표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등 통제가 강해 대부분 노숙인이 입소를 극도로 꺼린다. 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엔 수용률이 70% 수준이지만 겨울이 되면 100%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시설에 입소했던 노숙인들은 날이 풀리면 다시 거리로 나와 노숙 생활하기를 반복한다.


일부 노숙인은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감옥행을 택하기도 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추위는 피하고 싶은데 시설은 들어가기 싫은 노숙인 중 일부가 의도적 감옥행을 결심한다”라며 “‘차라리 감옥에 보내달라’며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식인데, 노숙인들 중 별 다섯개(전과 5범)는 기본이고 60범도 다반사”라고 전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이춘희 수습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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