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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한국당 단식’ 스텝 꼬인 이유, 네이밍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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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30분’ 금식인데 단식이라는 단어 사용했다가 여론 뭇매…설 사랑방 민심 잡기 계획도 스텝 꼬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자유한국당의 ‘5시간30분 단식’ 역풍은 정치 ‘네이밍’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결과적으로 단어 하나를 잘못 선택하면서 정치 호재를 악재로 바꿔놓을 위기에 놓였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부터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강행은 야당이 칼날을 세울 수 있는 호재였다.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선언은 설 민심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었다. 한국당은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 계획을 마련했다. 좌파 독재, 초권력형 등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단어보다 여론의 시선을 모은 것은 릴레이 단식이었다.

의원 4~5명이 조를 이뤄서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30분, 오후 2시30분에서 오후 8시까지 5시간30분씩 국회 로텐더홀 계단 옆에서 농성하는 방식이다. 한국당은 ‘투쟁기간 중 단식’이라는 행동규정을 마련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로덴더홀에 마련된 릴레이 단식농성장을 찾아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에 항의하는 의미로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24일부터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윤동주 기자 doso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로덴더홀에 마련된 릴레이 단식농성장을 찾아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에 항의하는 의미로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24일부터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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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은 5시간30분씩 앉아 있다가 교대할 경우 얼마든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식이라는 네이밍은 논란을 자초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밥 먹고 와서 단식, 앉아있다 밥 먹으러 가는 단식, 이런 단식은 들어본 적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단식 내용이 알려지자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수세에 몰릴 위기에 놓였던 여당도 역공에 나섰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웰빙정당의 웰빙단식, 투쟁 아닌 투정을 증명한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야당의 절박함을 말꼬리 잡기와 깐죽거림으로 왜곡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지만 여론의 기류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당은 다음 달 1일까지 예정대로 국회 보이콧을 이어갈 생각이다. 2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것도 투쟁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이 자리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 대표 후보군에 오른 이들까지 참여하면서 힘을 실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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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시간인데 전국에서 의원, 당원, 당직자들이 모여 야당의 세를 과시했지만 여론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렸다.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한국당의 단식을 비꼬면서 TV 개그프로그램보다 더 웃기는 상황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당 내에서도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단식의 방법이 아닌 항의 농성이란 이름을 붙였으면 좋았을 텐데 단식이라고 한 것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당은 릴레이 단식이라는 말 대신에 릴레이 농성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상황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당의 애초 의도와는 다른 양상으로 여론의 흐름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5시간30분 단식을 둘러싼 논란은 설 사랑방에서 술자리 안주용 화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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