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과학을읽다]보이차 주산지가 커피 생산지로 바뀐 사연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차나무에서 보이차를 따는 윈난성 주민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차나무에서 보이차를 따는 윈난성 주민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보이차(普?茶)'는 왜 차중왕(茶中王)이라고 불립니다. 청나라의 옹정제 때 황실 진상품인 '공차(貢茶)'로 선정돼 황제가 마시는 차로 이름을 떨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차는 할아버지가 찻잎을 따 50년 후 손자에게 전해줄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그 맛과 풍미가 깊어진다고 해서 오래된 차일수록 그 가치가 높습니다. 중국 정부가 한때 국외 반출을 금지하면서 수십~수백년된 보이차는 수백만~수천만원을 홋가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지요.

중국 정부는 보이차의 유명세를 빌어 2007년 4월 보이차의 주요 생산지인 윈난(云南)성 '쓰마오시(思茅市)'를 '푸얼시(普?市)'로 개명합니다. 보이차의 주산지는 차마고도에 속해 있는 푸얼시와 시솽반나(西?版納) 등 윈난성 일대인데 예전부터 질 좋은 차를 생산하고 거래하던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차잎은 대부분 키가 작지만 이곳 푸얼시 인근의 차나무는 키가 4m 이상이나 되고, 잎도 크며, 맛과 향이 무척 강합니다. 보이차는 해발고도가 높고 일조량이 많으며 생태환경이 잘 보존된 곳에서만 재배됩니다. 보이차의 차나무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 바로 중국의 윈난성이라고 합니다. 특히 윈난성에는 수백~수천년 이상의 수령을 가진 차나무도 많습니다.


그런데 보이차의 주산지였던 이곳 윈난성이 커피 생산지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윈난성을 아직도 보이차 주산지로 알고 있지만 윈난성은 이미 중국 커피의 98%를 생산하는 커피 주산지로 변신한 것입니다. 실제로 보이차 농장들은 커피 농장으로 한창 바꾸는 중이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윈난성 일대의 요즘 기후는 우기에 강우량이 크게 증가하고, 건기에는 기온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예전에 비해 기후가 혹독해진 것이지요. 보이차 잎은 우기에 2배로 자라지만 차맛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합니다.


발효차인 보이차에 가장 많이 포함돼 있고 보이차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성분은 '갈산(Gallic acid)'입니다. 갈산은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놀라운 효능을 가졌는데 체내에 흡수된 지방이 쌓이지 않고 그대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녹차, 우롱차, 홍차 등에도 갈산이 들었지만 보이차에 비해서는 초라할 정도라고 합니다.

윈남성에서 생산된 보이차 완제품.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윈남성에서 생산된 보이차 완제품.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특히 보이차에 든 갈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풍미가 깊어지는데 비가 많이 오면 이 갈산의 함유량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대신 건기에는 갈산의 함유량이 늘어나지만 기온이 너무 높아 차잎이 아예 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010년 윈난성에 100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 닥쳤는데 윈난성 차밭의 차나무 5만 그루가 고사하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서는 건기가 길어져 홍차의 품질이 크게 떨어졌고, 서아프리카에서는 가뭄으로 코코아 열매의 수분 함유량이 줄어 초콜렛 생산량도 감소했다고 합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겪고 있는 온난화의 상처를 윈난성도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불행중 다행일까요? 지금 윈난성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거의 전부를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좋은 보이차를 생산할 수는 없게 됐지만 커피를 생산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커피가 자리기 좋은 남북회귀선 사이의 커피밸트 지역의 북회귀선 인근에 위치했고, 해발고도 평균 1000m로 중남미 고산지대와 같은 커피 재배에 최적화된 지역으로 바뀐 것입니다.


중국은 이미 세계 13위의 커피 생산국이 됐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산 커피를 잘 모르지만 윈남성의 커피는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이제 윈난성은 더 이상 보이차 주산지가 아닙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윈난성 보이차가 유명합니다. 그 맛과 가치도 예전과 똑같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의사출신 당선인 이주영·한지아…"증원 초점 안돼" VS "정원 확대는 필요"

    #국내이슈

  •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전기톱 든 '괴짜 대통령'…SNS로 여자친구와 이별 발표

    #해외이슈

  •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전환점에 선 중동의 '그림자 전쟁'   [뉴스속 용어]조국혁신당 '사회권' 공약 [뉴스속 용어]AI 주도권 꿰찼다, ‘팹4’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