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1조원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 불가 원칙을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협정 유효기간도 기존 5년을 유지하자던 방침을 3년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쪽으로 조정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도 한국 정부가 분담금 1조원 이상을 검토하는 대신 협정 유효 기간을 3년으로 미국 측에 역제안 했다고 보도했다.
양국간 방위비 협상은 미국이 한국 부담금을 약 두배 늘린 1조6000억달러로 최초 제시한 후 12억달러까지 낮춘 상황에서 지난해 말 협상이 최종 불발됐다. 우리측은 터무니 없다며 협상에 나섰고 실무진간에 상당한 접근이 이뤄졌지만 협상 막판 우리측의 부담을 더 늘리라는 백악관의 개입이 협상 불발의 이유로 알려져있다. 협상이 깨진 직후 지난해 말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하고 10억달러와 1년이라는 최종 협의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우리측이 심리적인 상한선이었던 1조원 이상을 부담하겠다고 나선 상황은 최근 북ㆍ미 협상이 진전되며 한미 방위비 협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북ㆍ미 협상의 과정에서 주한 미군 철수 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이 22일 "주한미군은 북핵 협상 연계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문제와 북ㆍ미협상을 연계할 것이라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22일 시사주간 타임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진행중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이 가진 불안 요소를 지적했다. 타임은 북ㆍ미 협상은 주고받기 식의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이성윤 터프대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미국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다. 그는 북ㆍ미 협상으로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 감축이나 철군 가능성을 점쳤다. 또 "북ㆍ미간 평화협정이 오히려 전쟁의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베트남에서 셰익스피어 비극의 2막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진 미국 외교관인 숀 킹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선언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언급했던 주한미군 철수를 실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북ㆍ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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