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실력 행사' KCGI,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 요구(종합)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 제안
한진 경영진 변화 없을 땐 적극적 주주권 행사
한진측 "논의 중"…경영권 간섭 우려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그룹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한 '지배구조위원회'와 '임원추천위원회' 등 한진 오너 일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제안을 한 것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주주권(스튜어드십코드)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KCGI는 21일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과 한진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한진 대주주와 경영진이 변화가 없으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KCGI는 특별관계자와 함께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 10.81%와 한진 지분 8.03%를 보유하고 있다.

KCGI는 우선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인과 일반 주주 의견을 수렴해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외부 전문가 3인 등 총 6인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해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경영진 선임을 위한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 보상위원회 도입도 권고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열사 구조조정안도 내놓았다. KCGI는 만성적자를 기록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와 LA 윌셔 그랜드호텔, 노후화된 와이키키리조트 등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일반 직원으로 이뤄진 상설 협의체를 조직해 사회적 책임 기능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KCGI 제안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논의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재계는 한진그룹이 경영권 간섭을 우려하는 방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첫 적극적 주주권(스튜어드십코드)을 행사하기로 했기 때문에 주주를 달랠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KCGI는 또 한진그룹 계열사가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횡령ㆍ배임 등을 꼽았다.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와 함께 무분별한 계열사 지원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 불필요한 유휴자산 보유 등의 문제를 KCGI가 견제 역할을 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KCGI 제안을 모두 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진 일가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국민연금과 한진 일가 모두 KCGI 제안을 마냥 무시하진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