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음주, 스트레스·우울감 높인다…女청소년 더 취약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13~18세 청소년기 흡연과 음주는 스트레스와 우울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자 청소년이 남자 청소년에 비해 흡연과 음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높게 나타나는 등 정신건강에 더 취약했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은 송찬희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등록된 청소년 1821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와 같았다고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일상생활 속에서 자각하는 스트레스 정보를 1~4점 척도를 이용해 측정했다. 우울감은 지난 한해 동안 2주일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적 있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평균 15세에 음주를 시작했다. 흡연자들의 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은 남자 7.6개비, 여자 5.6개비였다.

청소년 시기 흡연은 남녀 모두 스트레스, 우울감과 유의한 관련이 있었다. 청소년 음주의 경우 남자는 스트레스, 여자는 우울감과 더 깊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청소년의 경우 하루 흡연량과 지난 한 달 동안의 흡연 일수가 많을수록 자각하는 스트레스 정도도 비례해 증가했다. 흡연량이 하루 한 개비 증가할 수록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은 8% 높아졌다. 음주량과 음주 경험도 높은 스트레스 자각과 관련이 있었으며, 음주 경험이 있으면 스트레스 점수가 9% 더 높았다.

여자 청소년은 하루 흡연량이나 흡연 일수 뿐만 아니라 흡연과 음주 경험의 유무도 스트레스, 우울감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흡연을 한 경험이 있는 여자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스트레스를 38% 더 느꼈다. 과거 한 번이라도 흡연 경험이 있는 경우도 평소 스트레스를 18% 더 받았다.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은 한 달 동안 흡연한 일수가 하루 증가할 때마다 6%, 하루 흡연량이 한 개비 늘어날수록 24% 증가하는 등 남자 청소년의 3배에 달했다. 이 비율은 지난 한 달 동안 흡연을 한 경험자에서 6.5배, 전체 과거 흡연 경험자에서 3.9배 더 높았다. 음주와 우울감 사이에 별다른 관련성이 없었던 남자 청소년과 달리 여자 청소년은 과거 한 번이라도 음주를 한 경험이 있는 경우도 우울감을 느끼는 비율이 3.6배 증가했다.

음주와 흡연의 연관성을 보정한 다중 분석에도 흡연과 음주 경험은 스트레스, 우울감과 독립적인 관련성을 나타냈다.

송찬희 교수는 "청소년의 흡연이나 음주를 행동 문제로만 보고 행동 교정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을 우선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여자 청소년의 경우 현재 흡연이나 음주 문제가 없더라도 과거 음주나 흡연 여부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대한가정의학회지 2018년 12월호에 실렸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