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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오스카 트로피 '금도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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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지미 킴멜이 오프닝을 하면서 오스카를 평가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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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어떤 작품들이 오스카 트로피를 받을까요? 올해 시상식은 다음달 24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지금 한창 후보작들이 발표되고 있는 중인데 오는 22일까지 각 부문별 최종 후보와 후보작 선정이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한국 영화 최초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1차 후보'에 포함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종 후보에 선정되고 마지막에 오스카 트로피까지 거머쥘 수 있다면 한국 영화계의 큰 경사가 되겠지요.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년 빅뉴스로 다뤄지는데,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트로피인 '오스카(Oscar)'도 시상식 못지 않은 화제를 매년 뿌립니다. 그래서 아카데미상을 '오스카상(Oscar Awards)'이라고도 합니다.

오스카란 명칭은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의 도서관장인 마가렛 헤릭이 트로피의 모습이 자신의 삼촌인 오스카를 닮았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제72회 시상식이 열렸던 2000년에는 오스카 트로피를 몽땅 도난당하는 바람에 시상식 1주일을 남겨두고 다급하게 오스카 트로피들을 다시 만들기도 했습니다. 도난당한 트로피들은 시상식 며칠 전 LA의 코리아타운의 쓰레기통 속에서 발견됐고, 트로피를 훔친 범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높이 34㎝, 무게 3.85㎏의 주석 합금에 금도금을 한 오스카는 금이 묻혀 있다는 이유로 거래가 되기도 하는데 비공식적으로 40~50만원선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당 제작비가 500달러에 달하고, 수상의 권위와 영예의 가치가 담긴데 비해선 싼값에 거래되는 셈입니다.

오스카의 단점은 금도금이 벗겨지는 것이었습니다. 오스카의 드높은 가치를 깎아내린다는 비판이 나오자 시상식을 주관하는 AMPAS는 오스카 제작사를 바꿉니다. 2016년부터 오스카 제작을 맡은 회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협력사인 '에프너 테크날리지'였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만큼이나 일화가 많은 오스카 트로피. [사진=www.oscars.org]

아카데미 시상식 만큼이나 일화가 많은 오스카 트로피. [사진=www.oscar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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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너 테크날리지는 NASA의 우주기술을 오스카에 접목해 금도금이 벗겨지지 않도록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뉴욕 브룩클린에 있는 에프너 테크날리지는 1970년대부터 NASA와 함께 일해왔고, 1990년대 항공우주 분야에 쓰이는 전기도금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최근에는 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팀'과 협업으로 우주용 금 코팅법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금은 불활성 물질이고 산화되지 않아 변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주 멀리있는 천체를 탐지하는 적외선 파장을 반사하는데도 매우 뛰어나 우주기기 제조에 사용되는 필수 금속입니다. 흔히 증기 증착법으로 금을 코팅하는데 금속은 기체가 될 때까지 진공에서 가열돼 표면의 얇은 층에서 응축되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의 단점이 금이 반사율을 잃고 매우 연약해진다는 점입니다. 코팅된 금을 구부리면 벗겨지거나 떨어져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반사율이 떨어지고, 민감한 우주기기의 작동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 오스카의 금도금도 증기 증착법으로 코팅돼 외부 충격 등으로 금도금이 벗겨지거나 떨어지는 것입니다.

에프너 테크날리지를 선택한 NASA는 새 기술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적외선장비인 MIRI를 냉각시키는 냉매관에 적용합니다. 에프너 테크날리지는 제임스 웹 망원경의 금 코팅은 절대 벗겨지지 않으며, 기존 증기 증착법보다 반사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자신했고, NASA는 이 기술을 검증하고 더 나은 기술로 업그레이드해 나갑니다.

에프너 테크날리지가 오스카에 이 기술을 접목해 금을 코팅한 이후에는 금도금이 벗겨졌다는 불평은 없어졌습니다.

데이빗 에프너 에프너 테크날리지 대표는 "우리의 금 코팅은 결코 벗겨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트로피의 금 코팅이 벗겨진다면 무상으로 다시 만드는 등 평생보장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수상자의 삶과 트로피의 수명도 함께 보장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주를 가장 흥미롭게 알려주는 분야가 영화인 만큼 우주와 가장 밀접한 분야는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반짝이는 금이 벗겨지지 않는 오스카의 비밀은 우주기술에 있습니다. 오스카와 우주기술의 하모니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 아닐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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