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감정에 매몰돼 중독됐을 때' 연극 킬링 마티니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연극 '킬링 마티니'는 두 여배우의 2인극이라는 점과 제목 때문에 눈길을 끈다.
'킬링 마티리'는 연극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바의 이름이다. 추상화 한 점이 벽에 걸려있고, 빨간색 쇼파가 깔려있다. 손님은 아무도 없다. 오른쪽에 짧은 머리의 한 여자가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을 뿐. 빨간 원피스에 검은 구두. 웬지 처연한 느낌이다.
피아노 연주가 시작됐는데 극장 입구가 열려있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입구로 가야금을 든 한 여자가 들어오고 문이 '철컹' 닫힌다. 이 여자도 짧은 머리지만 모자를 썼다. 거꾸로 검은 원피스에 빨간 구두다.
피아노를 치고 있는 여자의 남편이 가야금을 든 여자와 바람을 피웠는데, 남편이 먼저 안 여자는 가야금 연주를 하는 여자다. 남편과 가야금을 연주하는 여자가 알고 지낸 시기는 20년. 반면 피아노 치는 여자가 남편과 결혼한 것은 10년 전. 남자가 가야금을 연주하는 여자와 10년간 알고 지내다 잠시 인연이 끊어진 사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여자와 결혼했다.
극은 남자의 불륜을 둘러싼 두 여자의 갈등을 보여준다. 피아노 치는 여자는 40대, 가야금을 연주하는 여자는 50대. 가야금을 연주하는 여자는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불륜이 돼 미안하지만 원래 나와 결혼할 뻔 했다는 태도다.
피아노 치는 여자는 남편이 자신보다 가야금 연주하는 여자를 먼저 만났다는 사실을 알면서 당황해한다. 가야금 연주하는 여자와 달리 심리적으로 흔들린다. 여차 하면 가야금 연주하는 여자를 죽이겠다는 의도로 바를 통째로 빌렸고 입구도 잠궜지만 극 후반부에는 남자가 문제라며 갸야금 연주하는 여자와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를 어떻게 살해할지 공모하기도 한다. 극의 후반부에서는 피아노 연주하는 여자의 제안으로 둘은 쇼팽의 즉흥 환상곡을 협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극은 또 피아노 치는 여자가 실성에 가까운 오열을 하면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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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현 연출은 인간이 자신의 감정을 수용할 때와 매몰될 때의 결과는 삶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며 "두 여인이 서로를 증오하다 결국 남편을 살인할 계획을 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 스스로의 영혼을 훼손시키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출은 "감정에 매몰돼 중독될 때 항상 자기학대나 자살처럼 무의식 속 죽음의 에너지가 더욱 짙게 드러나기 때문에 제목에 죽음의 의미가 있길 바랐다. 알콜도 감정처럼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죽음이나 살인의 단어와 어울렸고 감정이 증폭되면서 비이성적인 결과로 끌어가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죽음과 칵테일 이름을 합성한 제목이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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