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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로봇 기자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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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온 국민의 염원이라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김정은 찬양이라니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로봇 기자 김제동 기자는 데이터를 수집하다가 김정은 위원장을 찬양하는 일부 단체가 있다는 정보를 수집했고 기사가치가 있다고 분류했다. 입력된 기사 작성 알고리듬에 따라 일단 김정은 찬양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는 팩트를 6하 원칙에 따라 구성했다. 이어서 당사자인 해당 단체 대표의 입장을 소개했고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인사들로부터 각각의 의견을 수집해 제시했다.

기사 작성을 완료한 로봇 기자 김제동 기자는 입력된 기사 배포 알고리듬에 따라 맞춤형 형태로 이용자들에게 유포했다. 우선 원안 그대로 1안은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달했고, 2안은 보수의 의견을 삭제한 채 진보시민 유시민 님에게, 3안은 진보의 의견은 삭제한 채 보수시민 홍준표 님에게 노출했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고 진보시민 유시민 님과 보수시민 홍준표 님은 기사 내용에 완전 공감했다. 별일 없었고 모두가 만족하니 해피엔딩이다.
과연 그럴까.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알고리듬 저널리즘 시대에 어쩌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다. 알고리듬이란 주어진 입력을 논리적으로 처리해 유효한 결과 값을 만들도록 설계된다. 인간의 개입 없이 기사를 자동화한다는 측면에서 로봇 저널리즘이라고 쓰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특정 로봇이 기사를 쓴다기보다는 일련의 알고리듬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는 점에서 알고리듬 저널리즘이 더 적합한 표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로봇이 인간 기자를 대체할 것인지에만 주로 관심이 많았지만 알고리듬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는 더욱 다양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알고리듬에 따라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사 가치가 있는 것을 선택해 직접 기사로 작성하고 배열하며 원하는 독자에게 유통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게 된다. 문제는 알고리듬도 처음에는 인간이 입력하는 것이니 편파성 논란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알고리듬 저널리즘이 부정적 대상만은 아니다. 알고리듬 시대 기계와 인간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해 적절히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얼마든지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할 수도 있는 열려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다만 미디어 환경은 변화하고 있고 저널리즘도 알고리듬의 공정성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에 주목하자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저널리즘 논의는 여전히 정치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최근 공영방송의 공정성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KBS의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이 김정은 찬양단체의 대표를 약 2분간 인터뷰했는데 보수 진영의 반발이 크다. 방송 내용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프로그램의 본질이 '김정은 찬양'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김정은 찬양을 어떻게 봐야 할지'를 다룬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실제 방송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패널들이 모두 김정은 찬양단체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우리 사회에서 김정은 찬양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게 문제인지 아닌지 다루면서 그들의 입장을 직접 듣지 않고 어떻게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인지 솔직히 필자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김정은 찬양이 문제인데 이를 언론에서 다루지 않고 침묵하는 게 공정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로봇 기자 김제동 기자처럼 작성해서 맞춤형 기사로 이용자들에게 전달했어야 했을까.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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