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文 대통령 용인술 '반전 한방' 아쉽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올해는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의 한 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를 시작하는 해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100년의 약속'을 선포할 차례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 국민은 자주와 독립 그리고 민주와 공화를 정립하는 데 성공적으로 역사를 이끌어 왔다. 죽음과 희생, 피와 땀으로 이룩한 역사였다. 이제 새로운 세기는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고민할 때이다.

정부와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들이 한 덩어리가 돼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뉴 건국강령'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행사 준비를 위해 움직임은 부산한 것 같지만 실상 알맹이는 빠져 있는 것 같다. 국민은 지금 무엇인가 잔뜩 바라고 있는데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이런 숙제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그래서인지 새해 청와대 진용부터 다시 짜는가 보다. 그러나 새 진용이 전보다 심기일전됐다는 찬사가 나올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의 용인술은 하나가 부족하다는 평을 계속 들어왔다. 국민을 총동원했다는 회심의 일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을 계속 공격해온 언론사 대표를 지낸 최두선씨를 총리로 영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강경 우파 인사인 강인덕씨를 대북포용정책을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으로 기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늬가 전혀 다르지만 행정의 달인인 고건씨를 총리로 들여앉혔다. 국민의 의표를 찌르는 이런 용병 기술이 아쉽다. 대통령 주변에서 편하게 모셔줄 고만고만한 사람들을 차례로 기용한다면 며칠 안 가 회전문처럼 될 것이고 국민은 싫증을 느낄 것이다.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 문제를 보자.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겨야 한다는 필요성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검토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또 어렵다면 대안은 무엇인지 밝혀야 하지 않을까. 그간 대통령을 모셨다는 분들은 과연 과거의 기록들을 찾아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말부터 내부 고발자들의 정부 시책 치부 폭로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기강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발자들의 공격 목표는 청와대다. 이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내각이 아닌 청와대가 중심을 틀어쥐고 있어서 일어난 현상이다. 국민들은 전 정권과 다르게 헌법정신 그대로 내각이 중심이 돼 정부가 운영되기를 기대했다. 대통령은 국책을 논의하고자 한다면 국무회의를 통해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행정의 능률을 위해 빈번한 국무회의 소집이 어렵다면 항상 장관들을 불러서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장관 밑에 있는 공무원들이 정신 차리게 된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앞으로 100년을 약속하는 주역이다. 이런 큰 행운을 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는 하강국면에 들어간 일면이 있지만 아직도 대통령 개인의 지지도는 정부지지도보다 10% 이상 훨씬 높다. 이는 문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의미한다.

새로운 세기에는 동북아의 평화번영뿐 아니라 문화국가로서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자리매김해야 하는 거대한 작업이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족의 화해와 화합이 선결과제다. 남북 화해와 더불어 첨예화된 지역갈등, 세대갈등, 이념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화합으로 껴안는 것이 국민의 최대 희망이요, 기대인 것이다.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문 대통령이 쥐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문 대통령을 아직도 크게 지지하는 것이 틀림없다. 우리 모두 문 대통령의 100년의 약속을 지켜보자.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