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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순자의 성악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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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부도덕한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타인의 악행에 분노를 느끼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맹자는 이를 인간의 본질 중 하나로 봤다. 성선설이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악으로 봤다. 태어나면서부터 이기적이어서 남을 해하고 다투며 질서나 도덕을 해친다는 것이다. 인의예지에 따른 후천적이고 인위적인 교육으로 선해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순자씨다. 민주주의를 총과 대검으로 짓밟았고, 숱한 영혼들을 고문했다. '넥타이 부대'를 비롯한 민(民)의 압도적인 물결에 떠밀려서야 직선제를 받아들였다. 죽여놓고 '아버지' 운운하니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지독하고 잔인한 아이러니다. 부창부수라는 말의 가장 좋지 않은 용례라 하겠다.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하원의원도 여전하다. 지난해 11월 7가지의 부패 혐의로 모두 7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법정 다툼을 계속 벌이고 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장기집권의 시작을 알렸다. 1986년에서야 민주화 운동에 의해 축출됐다. 당시 시위대가 발견한 이멜다의 구두, 3000켤레는 필리핀 독재를 상징하는 듯 했다. '사치의 여왕' 때문에 더 가혹한 부정부패가 이뤄졌다고도 본다. 탐욕의 세월이 내려앉은 이멜다의 얼굴에서 과거 미인대회 시절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역시 부창부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됐으나 또 한 번 불출석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는 순자의 성악설에 힘을 크게 보태는 인물이다. 그에게 부끄러움이란 찾아보기 어렵다. 그의 이름은 단지 한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성숙한 야만의 시대를 상징한다. '민주주의의 아버지' 같은 말로 대한민국을 우롱하고 법원을 무시하는 처사에 어디까지 관대해야할까. 법원은 강제구인 권한을 갖고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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