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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백서? 조율이시? 추석 차례상 진설법, 원래 유교경전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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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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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매해 추석마다 차례상 규칙을 알려주는 기사들이 쏟아지곤 한다. 일반 상식처럼 알려진 차례상 규칙에는 어동육서(魚東肉西ㆍ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두동미서(頭東尾西ㆍ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좌포우혜 (左脯右醯ㆍ육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조율이시(棗栗梨枾ㆍ왼쪽부터 대추ㆍ밤ㆍ배ㆍ감), 홍동백서(紅東白西ㆍ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 등이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으로 알려진 이런 규칙들은 유교 경전은 물론 어느 예법에서도 등장하지 않는 현대의 산물에 불과하다. 국조오례의, 주자가례 등 예법 서적들에서 한 글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 굳이 출처를 따져 올라가면, 1960년대 이후 정부에서 만든 '가정의례준칙'을 만나게 된다. 이 준칙은 지방의 여러 종가집에서 제사상 차리는 방법 등을 종합해서 만든 준칙으로 알려져있다.

정작 조선시대에 차례상은 매우 간소하게 차리거나 생략했다고 알려져있다. 차례 자체가 유교와 거리가 먼 풍습이기 때문이다. 차례(茶禮)는 글자 그대로 원래 제사상에 차와 다과를 올리던 풍습이다. 유교가 아닌 불교에서 넘어온 풍습으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쳐 정착됐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주로 계절과 절기마다 제사를 주로 치렀으며, 차례상을 올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조선시대에는 차례상은 불필요하다고 제한해야한다는 논의도 있었다고 한다.

유교에서 진짜 중요시 여긴 제사는 각 고인의 기제사였다. 그러다보니 제사상은 벼슬의 고하나 학식의 깊이를 떠나 남의 집에서 제사상을 어떻게 차리든 일절 관여치 못하게 돼있었다. "남의 집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는 말도 그만큼 큰 실례라는 뜻에서 온 말이다. 제사는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을 위주로 차리게 돼있어 별다른 법칙이 없기 때문에 과거 예법서에서도 별다른 지침이 없었다.
중국의 예법서인 '예서(禮書)'에서도 제사상은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채소나 과일로 준비해 올리라고 기록할 뿐, 따로 법칙이 나와있지 않으며, 어동육서의 경우에도 송자대전에 일부 가문에서 중국을 기준으로 동쪽이 바다라 생선을, 서쪽이 육지라 고기를 놓았다고만 설명돼있을 뿐, 그렇게 하라고 나와있진 않다. 오히려 화려한 제사상은 1960~70년대 이후 서로 집안 뿌리를 과시하려는 잘못된 문화에 의해 만들어진 현대의 풍습으로 알려져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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