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거부 신고 절차 까다로워…실제 처벌도 매우 적은 수준

지난 21일 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지난 21일 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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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승진 기자] "지금 30분째 택시 기다리는데 안 잡히네요."

지난 21일 밤 10시3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주변. 사과 박스 하나 크기 정도의 짐을 갖고 있던 대학생 김모씨는 지나가는 택시에 연신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빨간색으로 '빈차'가 쓰인 택시들은 김씨 앞을 그대로 지나쳤다. 그는 "신촌으로 가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긴 하지만 영하 날씨에 30분을 기다리니 지친다"고 말했다.


이날 밤 홍대입구역 근처는 김씨 외에도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일부 시민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차로로 나서자 한동안 통행 차량들은 경적음을 울려댔다.

택시가 앞에 잠깐 정차해도 마음대로 차를 타지 못한다. 목적지가 가까운 곳이면 듣고도 손을 내저으며 그냥 가버리는 택시기사들 때문이다. 이날도 한 남성이 유리창 너머로 '동대입구'를 계속 외쳤으나 택시 석 대가 연달아 그를 태우지 않고 떠났다.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은 무용지물이었다. 기자가 홍대입구역에서 지하철 1호선 종각역까지 가는 택시를 카카오T에서 조회했지만 1시간 동안 단 한 대도 찾을 수 없었다. 한 법인택시 기사는 "멀리 가는 손님 아니면 이렇게 사람이 많은 날에는 굳이 앱으로 손님을 받지 않는다"며 "요금 1만원도 안 나오는 곳은 잘 안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정이 넘어가자 택시 잡기 경쟁은 더욱 과열됐다. 22일 오전 12시15분쯤 종각역 근처에서는 "내가 먼저 (택시) 잡았다"며 시민들끼리 작은 언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21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일부 시민이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 위에 서 있다.

지난 21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일부 시민이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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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와 같은 택시 승차거부를 막기 위해 지난 4일 '지브로(GBRO)' 앱을 내놨다. 지브로는 카카오T 등 기존 앱과 달리 '골라태우기'를 막기 위해 택시기사가 손님을 태우기 전까지 목적지를 알 수 없도록 설계됐다. '시내' 또는 '시외'로만 표시된다. 또 '주변 빈차 조회'를 통해 주변에 빈 택시가 몇 대나 있고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빈차를 지정 호출하면 콜비가 주간에는 1000원,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는 2000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늦은 밤 택시를 잡는 데 별 도움은 되지 않았다. 이날 밤 2시간 동안 지브로를 사용했지만 휴대전화 화면에는 '요청하신 택시가 호출에 응답하지 않습니다' '택시 호출에 실패했습니다' 등의 문구가 반복해서 떴다.


더 큰 문제는 택시 기사들이 지브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3년 동안 택시를 몰았다는 이모씨에게 지브로에 대해 묻자 "그게 뭐냐"고 답변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도 "낮에 손님 없을 때면 쓸지 몰라도 밤에는 손님이 많은데 목적지도 알 수 없는 앱을 뭐하러 쓰겠냐"고 일갈했다.


시 관계자는 "지브로는 내년 3월 말까지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이 기간 동안의 앱 이용 패턴 등을 분석한 뒤 더욱 효과적으로 승차거부를 막을 수 있도록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 어떤 보완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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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택시 승차거부 신고 절차도 문제다. 승차거부를 신고하기 위해선 녹음, 녹화 등 증거가 필요하다. 또 인적 사항, 위반 일시·장소, 위반 차량 번호, 회사명, 운전자 성명, 위반 내용 등을 기재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고를 통해 실제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는 매우 적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승차거부 신고 접수 건수는 7340건으로, 이 중 약 12%인 899건만 행정처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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