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20여억원 명확한 근거도 없이 지원...미자격자 지급 등 방만한 운영도 확인...서울시-서울시의회, 최근 조례 개정해 아예 '합법화'

서울시의회.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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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서울본부가 지난 10년간 서울시로부터 명확한 근거도 없이 연간 10여억원의 장학금을 지원받아 일부 부적절하게 사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최근 관련 조례를 개정해 장학금 지급을 아예 합법화시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조치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시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노동단체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제4조 지원범위에 '근로자 자녀 학자금 지급에 관한 사업'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써 그동안 서울시가 연간 12억원 안팎씩 한국노총 서울본부 조합원 자녀에게 지원한 장학금의 법적 기준이 명확해졌다.

기존 조례에는 ▲근로조건 개선 및 노동상담 사업 ▲지역 노사민정 협력 활성화 사업 ▲근로자 교육 및 사기진작 사업 ▲그밖에 근로자의 권익보호, 노동조합의 역량향상, 상생의 노사관계발전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 등만 지원 대상이었다. '장학금'은 없었다는 얘기다.


시는 그럼에도 이미 2007년부터 10년간 연간 10여억원 안팎의 장학금을 한국노총 서울본부에 지원해왔다. 최근 3년동안 한국노총 서울본부 조합원 자녀 2670명에게 대학생 300만원(연간), 고등학생 160만원(연간)씩 총 38억7000여만원을 줬다. 2007년부터 지급된 만큼 총액이 120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노사관계발전지원에관한법률 등을 상위법으로, '근로자권리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 '노동단체지원에관한조례' 등을 장학금 지원 근거로 들어왔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역설적으로 이번 조례 개정안 통과가 그동안 명확한 근거도 없이 연간 수십억원의 세금을 특정 이익단체 구성원들에게 '이례적으로' 현금성 특혜(장학금)를 지급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해당 조례 개정안도 명시돼 있다. 신건택 자유한국당 의원 등 11명의 발의 시의원들은 발의안에서 "매년 서울시의 노동단체 지원계획을 통해 한국노총 조합원인 근로자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급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해당 사업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가 미약한 바, 학자금 지급에 관한 근거규정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사유를 밝혔다.


한국노총 서울본부 측이 일부 장학금을 부적절하게 지급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했고, 이를 시와 시의회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올해 한국노총 서울본부의 장학금 사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무지가 서울 지역이 아닌 타 지역 근무지 근로자에게 장학금이 지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상용근로자 월평균 임금 총액(348만9618원)ㆍ전년도 재산세 10만원을 초과해 추천 기준에 미달한 자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또 규정상 타기관 학비ㆍ장학금을 받고 있으면서 한국노총 지급액의 60% 이상의 등록금 액수를 고지받은 경우는 제외 대상이나 장학금이 지급됐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위 수석전문위원실은 해당 조례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시에 "(관련 법규정에 따라)사업 내용을 검사하거나 감독상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의 관리가 소홀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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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전문위원실은 또 "조례 개정을 통해 지급 근거를 명확히 하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장학금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수석전문위원실은 "의회와 시의 감사를 통해 근로자 자녀 장학금 지원 사업의 부실한 운영이 지적된 만큼 시는 장학금 지급 사업 자체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안팎의 지적에도 시의회는 해당 조례안을 상임위ㆍ본회의에서 토론도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향후에도 매년 10여억원 안팎씩 한국노총 서울본부 자녀 장학금을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합법적 근거가 영구히 마련된 순간이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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