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숲에 가린 서울 최대 판자촌, 강남
[주택시장 양극화]<2>첨단주택 경쟁 속 늘어나는 쪽방거주
비닐하우스·고시원 등 비주택 현황파악 부실열악한 주거환경 사각지대 체계적 지원 아쉬워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ㆍ2ㆍ4주구) 재건축조합이 신축 아파트 공사비로 예정한 비용은 2조6411억원. 5400여가구에 각종 부대시설을 짓는 공사로, 한 가구당 들어가는 공사비만 5억원이 훌쩍 넘는다. 같은 서울 내 강북권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의 가구당 공사비가 2억원이 채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초호화 아파트'라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니다.
강남 땅값이 비싼 만큼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순전히 건축물을 짓는 데 드는 비용만도 몇 배나 차이가 난다.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은 건물 옥상 내 개방형 수영장이나 대형 공연장 등 여타 아파트에선 볼 수 없었던 시설을 넣는 한편 특화설계ㆍ고가 마감재 등을 적용해 비싼 아파트로 짓겠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반포주공1단지 외에도 최근 추진중인 강남권 새 아파트나 용산ㆍ성동구 일대 일부 아파트는 차별화된 공간을 내세우며 초호화 주거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들만의 주택'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강남권엔 또 다른 '그들만의 주택'이 있다. 바로 구룡마을과 성뒤마을이다. 서울에 몇 남지 않은 판자촌으로, 여전히 난방이나 전기ㆍ수도가 여의치 않은 무허가 건축물에 의지해 사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서울에서도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내 '주택 이외 거처' 가운데 판잣집ㆍ비닐하우스가 총 2279가구며 이중 강남ㆍ서초구에만 1500여가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가구 가운데 6~7가구가 서울 강남권에 몰려있는 셈이다.
주택 이외 거처에는 판잣집이나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움막 같은 곳 외에도 오피스텔이나 호텔ㆍ여관 등 숙박업소의 객실, 기숙사 같은 특수사회시설, 건설공사장의 임시막사 등이 포함된다. 격년으로 하는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이외 거처 가구비율은 2006년 1.3%에서 지난해 3.7%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늘어난 가구 가운데 대부분은 오피스텔이 통계에 잡히기 때문이지만 그 외 주거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도 여전히 상당수다. 소득계층별로 봤을 때 저소득층에서 주택 이외 거처 거주비율은 5.1%로 더 높다. 사회보장위원회에 따르면 판잣집ㆍ비닐하우스나 숙박업소 객실 등을 거처로 하는 가구는 36만여가구에 달해 주택 이외 거처 가구 가운데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처럼 주거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곳에 사는 가구가 여전히 적지 않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체계적인 지원은 거의 없다. 제대로 된 현황파악이 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그간 주거복지 정책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시장논리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강했던 점도 한몫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급격히 늘고 있는 비주택 거주가구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매입ㆍ전세임대의 일정 비율을 주거취약계층에게 할당하고 주거비 부담이 큰 청년이나 아동가구를 주거지원대상에 포함하는 등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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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지난 8월 숙박시설 거주가구에 생계비를 지원하기 위해 여관이나 모텔, 찜질방 4700여곳을 직접 살폈다. 최근에도 비닐하우스 거주가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인근 주민과 함께 직접 현장을 둘러보며 조사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주거취약계층의 현실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올해부터 주택 이외 거처에 사는 가구에 대해 따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간 관련통계가 대략적인 내용만을 다뤘는데, 지난달 국가통계로 승인이 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LHI) 주관 아래 최근 조사를 마쳤다.
진미윤 LHI 연구위원은 "그간 주거 관련 통계가 주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판잣집이나 고시원 같이 '비주택'으로 분류하는 거처는 아예 다뤄지지조차 못했다"면서 "향후 주거취약계층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대로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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