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결산-갑질철퇴③]백화점ㆍ마트, ‘갑질 셀프 개선’ 약속…"원가 바뀌면 납품가 조정"
지난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유통업계 간담회
국내 주요 유통기업 대표들 총출동 “공정거래 약속”
새 정부 유통규제 강화 조짐…자율적 개선 움직임
김상조(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유통 분야 사업자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유통업계 대표들과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갑수 체인스토어협회 회장, 이근협 TV홈쇼핑협회 부회장, 김도열 면세점협회 이사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윤성 편의점산업협회 회장, 박동운 백화점협회 회장, 김형준 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이갑수 이마트 대표(체인스토어협회 회장)와 박동운 현대백화점 대표(백화점협회 회장), 김형준 롯데닷컴 대표(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 조윤성 GS25 대표(편의점산업협회 회장), 이근협 TV홈쇼핑협회 부회장과 김도열 면세점협회 이사장 등 국내 유통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29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첫 간담회 자리에서다. 6개 유통 업태를 대표해 나온 이들 CEO는 먼저 ‘자율 개선 방안’부터 내밀었다. 납품 업체들과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골목 상권과 상생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이른바 ‘갑질 셀프 개선’ 약속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유통 업계에선 ‘갑질 근절’이 최대 화두가 됐다. 유통 산업의 고질적인 관행으로 꼽혔던 불공정 거래를 없애라는 무언의 압력이 커지면서 유통 기업들이 스스로 환골탈태를 선언하고 나선 것.
21일 업계에 따르면 체인스토어협회, 백화점협회, TV홈쇼핑협회, 온라인쇼핑협회, 편의점산업협회, 면세점협회 등 6개 유통 분야 사업자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김상조 위원장과 만나 자리에서 발표한 자율실천 방안은 유통업계가 공정위의 규제 이전에 스스로 공정한 거래 질서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자율방안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원재료 가격 변동 등으로 공급 원가가 바뀌면 납품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납품 가격 조정은 공정위가 지난 8월 발표한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에서 법 개정 등을 통해 추진하기로 한 내용이다. 법 개정 전 유통업체들이 먼저 스스로 개선을 약속한 것이다.
또 면세점을 제외한 전 유통분야에서 납품업체의 기존 제품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전환해 납품단가를 낮추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기로 했다. TV홈쇼핑 등에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갑질'을 한 중간유통업체(벤더)와는 거래를 끊기로 했다. 불공정 관행으로 지적된 '판매분 매입'도 자발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판매분 매입이란 소비자에게 판매된 수량에 대해서만 납품업자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는 거래 관행으로, 아웃렛 등에서 재고 부담을 입점 업체에 떠넘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유통업계는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납품업체에 내년 1분기부터 입점업체 선정 기준, 계약 절차, 판매장려금(납품업체에서 받는 수수료) 제도, 상품 배치 기준 등 거래정보를 미리 제공하기로 했다. 납품업체에 과다한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충남 당진 어시장 내부. 이마트는 지난해 8월 이 어시장 2층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호를 열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성공적인 상생 모델을 선보였다.(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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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상생협력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소협력사와 청년창업가를 상대로 상품개발 및 해외시장 개척 컨설팅을 해주고, 중소기업 전용매장 확대를 통해 판로 확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누리집과 온라인쇼핑몰, 상품판매장을 활용해 전통시장, 맛집, 숙박업소, 관광지, 문화공연 안내 코너를 운영하고, 청년창업 및 가업승계 아카데미 운영, 전통시장 고객유입 확대 활동을 통해 지역상권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통업계 대표들은 공정위가 지난 8월 발표한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통업계가 이처럼 자발적인 거래관행 개선을 약속하고 나선데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유통기업을 겨냥한 규제가 훨씬 강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유통업계 불공정거래 개선 대책을 발표하며 대규모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파견직 인건비를 분담하는 내용 등 초강력 규제를 준비하고 나섰다. 여당 역시 정부 기조에 맞춰 유통기업들의 영업을 규제하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기업 계열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 도입과 대규모 점포의 출점 규제 강화 등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유통업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스트(비용)로만 생각하지 말고 10년 후 우리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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