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검침원 등 ‘서초누비단’ 위기가정 776가구 발굴한 사연?
전기·가스·수도검침원, 야구르트배달원 등으로 구성된 서초누비단, 한해동안 위기가정 776가구 발굴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흔히들 서초구를 ’부자구’로 생각해 잘 살고 수준도 높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다 하듯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이 깊다.
서초구(구청장 조은희)는 보이지 않은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 전기·가스·수도검침원(103명), 야구르트배달원(60명), 복지통장(523명), 방문간호사, 생활관리사 등 28개기관 1500여명으로 구성된 ‘서초누비단’을 운영해 올 한 해 동안 776가구의 위기가정을 발굴, 촘촘한 복지그물망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1. “사업이 3번 무너졌어요. 그 뒤로도 이런 저런 허드렛일을 해왔지만 이젠 그마저도 못해요. 다리가 허락해 주질 않더라고요”
서초동에 사는 김 아무개(55)씨는 수년째 홀로 살고 있다. 허리와 다리에 생긴 고질 병으로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임시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비를 벌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비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웠다. 도시가스 체납으로 가스가 끊긴데다 월세가 밀려 보증금마저 소진돼 삶을 포기한 상태로 지냈던 김 씨. 이 때 그에게 손을 내민 이는 ‘서초누비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스검침원이었다.
구는 가스검침원의 연락을 받고 김 씨를 통합사례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가스 체납사항을 해소하고 도시가스 연결을 도왔다. 그리고 긴급복지 지원 제도를 통해 생계비, 주거비, 연료비 등을 지원, 차상위 자활신청을 권유하여 취업 등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한 결과 현재 김 씨는 서초지역 자활센터 세탁사업단에서 일하며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 씨는 “예전에는 혼자 살며 어디에 말할 수가 없으니 그냥 참고 살았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와주고 도와주고... 무엇보다 앞으로도 일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참 고맙다”며 이제는 공공요금이나 가스비·통신료의 체납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2. 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요? 눈은 점점 잘 보이지 않는데... 월세는 계속밀리고 있어 집앞 지나가는 발소리만 들어도 쫒겨날 것 같아요.
방배동에 사는 강 아무개(65) 할머니는 매일 새벽4시부터 저녁까지 파지를 줍는다. 파지를 주워 집안 곳곳 쌓아 놓는 바람에 가정불화가 생겼고, 가족들 외면 속에 홀로 생활한 지 오래됐다. 낮에도 컴컴한 다가구주택 지하방은 주워 온 온갖 짐들로 발 디딤틈 없이 가득했고, 잠 잘 공간조차 없어 제일 짐이 없는 현관문 앞, 배게 하나 놓고 난방도 없이 이불 하나에 의지해 생활해 왔다.
이 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는 ‘서초누비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복지기관 소속의 생활관리사였다.
구는 생활관리사의 연락을 받고 가장 먼저 강 할머니의 집안 정리부터 도왔다. 강 할머니는 집안 정리에 동의는 했지만 막상 정리가 시작되니 여러 감정이 오가며 힘들어 했고 허전함으로 힘들어하는 강 할머니를 위해 생활관리사는 조심스럽게 병원 치료를 권유했다. 다행히 강 할머니는 대인기피와 우울, 불안함, 무기력 등을 극복해 하고 싶어했다.
구는 병원 치료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를 지원, 이어 망막점막, 백내장이 있어 보이지 않는 강 할머니의 눈을 무료로 수술할 수 있도록 연계 지원했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수술에 ‘서초누비단’ 생활관리사는 병원 입원 수속을 동행하며 지지했다.
또, 구는 긴급주거지원을 통해 강 할머니의 월세 체납을 해결하며 조금씩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강 할머니는 이제 집 안에서 은둔하며 지내지 않는다. “예전에는 몰랐던 동네의 아름다움을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며 구청과 복지관 등에서 준비하는 음악회, 문화행사 등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고 있다.
‘서초누비단’은 서초 곳곳을 누비며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다니다’ 의미와 바느질법의 하나인 ‘누비’ 용어를 결합하여 꼼꼼하고 따뜻한 복지를 구현한다는 의미로 지난 4월 출범했다. 전기·가스검침원, 야구르트배달원, 아이돌보미, 노인돌보미, 방문간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 복지통장 등 산재돼 있는 방문형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통합 관리해 중복복지와 복지그늘을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은 정기 방문가구 중 주 소득자의 사망, 가출, 실직, 장애, 공과금체납 등 위기상황에 처한 가구를 발굴하여 구청 복지정책과 또는 가까운 동주민센터에 신고 의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구는 ‘서초누비단’으로부터 발굴된 위기가정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통해 생계·주거·의료 등 대상자의 욕구에 맞게 공적급여에서부터 민간자원까지 맞춤형으로 연계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구는 ‘우리동네 거점업소’ 144개소를 운영해 민·관 협력을 통한 복지안전망을 더욱 탄탄히 하고 있다. ‘우리동네 거점업소’는 슈퍼마켓, 부동산, 약국, 세탁소 등을 운영하는 동네사정을 잘 아는 이들로 구성돼 어려운 이웃을 함께 찾아가며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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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는 20일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복지통장 등과 함께 소외되기 쉬운 저소득 취약계층 100여 세대에게 ‘사랑의 겨울선물’을 전달한다. 따뜻한 겨울보내기 성금을 활용, 방한복, 온수매트, 내복, 이불 등 1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맞춤 지원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조은희 구청장은 “보이지 않는 어려운 이웃들을 발굴하는 서초누비단은 수호천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서초누비단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 사랑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복지 사각지대 없는 서초를 구현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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