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광풍(狂風)이 휘몰아치고 있다. 거기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은 물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미성년자까지도 가상화폐에 대한 ‘묻지마식 투기’ 대열에 합세하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무분별한 투기와 사기행위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또 다시 엄청난 피해를 입고 거리에 나앉을 수 있다. 그런데 가상‘화폐’라는 용어를 법정화폐로 오해할 수도 있으므로, 앞으로는 이를 가상‘통화’로 부르기로 하자.
정부는 13일 가상통화에 대한 투기과열과 이를 이용한 범죄행위를 막기 위해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적인 내용은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와 비거주자(외국인) 등의 계좌개설과 거래금지 조치를 추진하는 한편,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 등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가상통화는 컴퓨터상으로 이른바 암호를 푼 ‘누군가’에 의해 발행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 또는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전자화폐’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가상통화는 정부가 보증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강제통용력이 없고, 가격변동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가상통화를 갖고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전자화폐만 하더라도 엄격한 요건을 갖춘 금융회사가 발행하기 때문에 상당한 안전성이 담보되지만, 가상통화는 전혀 보증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상통화의 종류가 세계적으로 1,000여 종이 넘고, 우리나라에서의 거래규모도 대표적인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량이 6조원에 달할 정도로 코스닥시장의 거래량을 추월한지 오래이다.
이와 같이 가상통화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그야말로 ‘가상의 전자적 정보’에 불과할 뿐인데도 마치 화폐와 같이 오인되고, 불과 몇 시간 사이에 가상통화의 등락 폭이 수백만 원을 오르내리는 일들이 반복되는데도 현재 국내법 체계로 전혀 규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13일을 기점으로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방향을 잡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아직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 이다. 이번 대책이 발표된 직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가상통화가 오르는 기현상이 생긴 것은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금융감독당국은 가상통화 관련 주식에 대한 ‘투자주의보 발령’과 같은 소극적 규제를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즈음하여 블록체인기술의 활용을 통한 핀테크산업 발전도 중요하지만, 거래자들의 피해를 담보로 이들 산업발전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적으로 전자금융거래법 등 관련 법제의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먼저 가상통화거래소의 ‘인가제’ 또는 ‘엄격한 등록제’를 도입해 입구 규제를 통한 안전성 확보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상통화거래소는 전자상거래법상의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되어 신고만 하면 되므로, 365일 24시간 상하한의 제한도 없이 거래됨에도 어떠한 규제나 거래자보호 조치가 없다. 미국은 2017. 7. 통일가상통화사업법(URVCBA)을 제정하여 인가제로 유도하고 있고, 일본도 2016. 5. 자금결제법을 개정하여 엄격한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거래자의 보호를 위한 오해 방지 규정도 반드시 두어야 한다. 즉, 가상통화사업자에 대해 원본손실위험성은 물론 법정화폐와 가상통화와의 오인을 방지하기 위한 설명의무 및 계약 내용에 대한 정보제공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또한 2014년 세계 최대였던 일본의 ‘Mt. Gox’와 같은 거래소파산사건에 대비하여, 거래자보호를 위해 가상통화사업자로 하여금 거래자가 예치한 금전·가상통화와 자신의 금전·가상통화를 분리하여 관리하게 하고, 관리상황에 관한 외부감사도 받게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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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닌, 단지 컴퓨터상으로 ‘채굴’된 가상통화는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 가상통화는 정부나 금융회사의 개입 없이 발행되고 실물이 없기 때문에, 가치의 폭락이나 도난·파산시에 그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거래자들도 명심해야 한다. ‘거품은 곧 반드시 꺼진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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