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검토 과정서 '수익자 부담 원칙' 강조…시중은행 물밑 불만 표출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정부가 중소 조선사의 선수금 환급보증(RG) 재보증에 필요한 출연재원을 민간은행도 함께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RG발급 활성화 방침엔 공감하면서도 추가 분담금에는 물밑 불만이 나오고 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통과된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관련 검토 과정에서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제공하는 RG 재보증을 활용하는 시중은행에 대해 관련 비용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존에는 정부 출연금으로 재보증 비용을 충당해 왔는데, 시중은행 역시 재보증에 따른 리스크 부담을 덜어내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RG는 조선사가 선박 건조 도중 부도 등으로 인도가 불가능할 경우 금융사가 발주사(선주)에 선수금을 대신 지급하도록 하는 보증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조선산업 업황이 악화되자 리스크를 우려한 금융사들이 RG발급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정부는 직접 재원을 출연해 신보가 RG 발급규모를 부분적(75%)으로 재보증하는 방식으로 중소 조선사에 대한 RG발급 활성화를 유도했다.


문제는 이 재보증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신보의 재보증 지원금으로 연간 250억원, 4년간 총 1000억원을 제시했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당초 정부안(200억원)보다 100억원 증액된 300억원으로 책정돼 통과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시중은행의 RG발급 규모는 총 891억원, 국책은행은 총 1090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들은 신보의 재보증을 이용해 관련 리스크 부담을 줄여 RG를 발급하고 있다. 정무위에서는 이를 곧 리스크 감소에 따른 '이익'으로 판단, 관련 비용도 분담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의견은 최종 통과된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다만 금융위를 통해 '자율적 협약체결' 등 방법으로 시중은행도 관련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금융위 역시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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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관계자는 "민간은행인 만큼 비용분담을 강제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신보와의 자율적 협약 등 방식으로 민간은행도 비용을 일부 분담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보증 비용 분담 움직임에 대해 시중은행은 물밑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기존에 신보 출연료를 내고 있고, 신보의 재보증을 통해 RG를 발급한 경우 해당 차주사에게 리스크 감소분에 상당하는 비중으로 이자 경감도 이미 해주고 있다"며 "리스크 감소를 반영해 수익을 포기하는 만큼 출연과 같은 효과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RG발급은 관련 리스크 탓에 시중은행에겐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며 "정부의 정책적인 활성화 방침엔 공감하지만 비용을 더 내면서까지 RG발급에 나설 요인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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