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AD
원본보기 아이콘
엊그제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시장 위기는 최근 주택가격 반등으로 회복 중이다. 회복 속도는 국가마다 다르지만 유로존 국가의 2016년 평균 주택가격은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올랐다. 일부 국가와 대도시는 오히려 가격 재상승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후의 시장 변화를 주택가격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이미 고부담 사회로의 전환이 새로운 위기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교훈은 대략 다섯 가지 정도가 아닐까 한다. 첫째는 지렛대의 힘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금융 지렛대에 너무 의존한 탓에 시장이 과열됐고 가계 부채만 커졌다. 둘째는 자가 소유에 경도된 정책의 오류다. 대표적인 자가 소유 대국인 영국과 미국의 자가 소유율은 10년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임대시장의 불안으로 옮아갔다는 것이다. 늘어난 임차수요를 흡수할 괜찮은 임대주택이 넉넉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대료 상승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셋째는 청년 세대가 위기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됐다는 점이다. 높아진 구입 문턱, 갚아나가야 할 학자금 융자, 고용 절벽, 실업으로 밀레니엄 새천년을 주도해 나갈 청년 세대의 미래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부메랑 세대, 캥거루 세대, 렌트 세대는 위기가 만들어낸 청년의 또 다른 세태가 됐다. 넷째는 소득의 정체와 감소다. 많은 국가에서 재정 위기로 가뜩이나 주거예산도 줄었는데, 소득의 감소로 커진 부담능력의 갭은 정부 몫이 됐다. 다섯째는 생애주기를 거쳐 자연스럽게 올라탈 수 있었던 주거사다리가 이제 고군분투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교훈의 공통점은 '감당하기 어려운 시장'이 '글로벌화'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최근 상당수 국가가 쏟아내는 주거 어젠다는 '부담 가능한 주택'의 공급 확대다. 이것은 시장 실패의 치유책이 아닌 정책 공백의 채움이다. 그동안 자유시장 원칙 아래 묻힌 공공성의 회복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공공주택 연맹인 하우징 유럽(Housing Europe)은 주택을 통합재(integrated good)로 재정의하고 있다. 주택이 건강, 교육, 사회적 보호, 고용 뿐 아니라 사회적 결속과 지역 안정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양질의 부담 가능한 주택에 투자를 늘리는 일은 다른 공공지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관점이다.

이렇게 위기 이후 10년간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하고 주거해법과 인식도 전환됐다. 그러나 한편으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장'이라는 본질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의무도 책임도 없다. 오로지 개인의 선택만이 문제시될 뿐이다. 시장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의 표면만 달라졌을 뿐이다. 따라서 시장을 다스리기보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정책 노력이 더 중요하다. 합리적 선택과 소비만이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위기 탈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거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 특히 저성장기의 최고 경기부양책은 청년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미래세대로 복지의 축을 이동하고,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을 확대해 허술해진 주거 사다리를 재건해야 한다.

AD

얼마 전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은 세계 각국에서 화두가 된 주거부담능력 문제를 한국형으로 풀어낸 새로운 좌표의 제시로 볼 수 있다. 부담능력의 갭을 메우고 세대 간 갭을 좁히고 공공성을 강화한 100만호의 공적주택이 통합재의 역할을 하기 바라며 국민들의 주택에 대한 인식도 크게 개선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