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간첩사건' 억울한 옥살이…法 "국가, 5억 배상"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1970년대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가 지난해 재심으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민향숙씨와 그 가족에 대해 법원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이평근 부장판사)는 민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민씨를 비롯한 가족에게 약 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은 1970년대 초 한국으로 유학을 와 서울대와 한양대 등을 다니던 재일동포들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간첩활동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처벌받은 사건이다.
민씨의 남편인 이철씨는 1975년 12월 이 같은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협박과 고문을 당하며 수사를 받다가 이듬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민씨는 남편의 간첩 활동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1977년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에 민씨는 지난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해 11월 민씨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선고해 확정됐다. 이씨 역시 2015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 소속 수사관들은 민씨를 영장 없이 불법 구금하고 협박과 기망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며 "국가는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씨는 1320일간 구금됐고 원고들은 민씨가 출소한 이후에도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국가보안법위반, 간첩방조 등 범죄행위의 전과자와 그 가족으로 여겨졌다"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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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재판 과정에서 "민씨의 손해배상 채권 시효가 소멸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남편 이씨와 자녀 등에 대해서도 "심한 충격과 정신적 고통, 사회적 불이익을 입었을 것"이라며 국가가 이들에게 500만~1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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